서울, 5월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지난 주말 고용지표 발표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추가 상승 여파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최근까지 국채선물 매수 공세를 이어온 외국인의 스탠스 유지 여부에 따라 장중 변동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지난 2월에도 그랬다. 미국에서 1월에만 무려 50만 명이 비농업부문에서 신규 고용됐다는 소식에도 국내 채권시장은 일단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회성 '서프라이즈'라는 평가절하속에 일단 롱추세를 유지하려는 심리가 강했다. 물가지표와 기대인플레이션, 주요 경기지표로 연타에 연타를 맞고서야 매수 심리가 흔들렸다.
이번에도 미국의 3월 25만 명 고용 증가라는 성적표를 들고 나니 주중 물가 지수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국채 시장은 2년물 4%, 10년물 3.5% 수준을 다시 회복하며 위험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은행 대출 담당 임원 서베이 결과는 시장의 대출 감소, 경기 둔화 테마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보여줬다.
총 63개 은행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서베이에 따르면 매출 5000만 달러 이상 중대형 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는 응답이 지난해 4분기 44.8%에서 올해 1분기 46.1%로 증가했다. 반면 소형기업에 대한 대출기준을 강화했다, 크레딧라인을 줄였다,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 기업대출 수요 증가를 보고한 은행 비율은 1분기에 55.6%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설문조사에서 1년후 기대인플레이션은 4.4%(전월 4.7%)로 전월대비 하락한 반면 3년과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9%, 2.6%로 각각 0.1%p씩 올랐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신용위축이 이미 시작됐다며 경기둔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에도 연준의 통화긴축 중단 기조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관건은 금리인하의 시기다.
당장 바람앞의 등불로 보였던 일부 중소은행들이 주가 반등 흐름속에 살 길을 찾는 모습을 보이면서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프라이싱되고 있는 금리인하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여기에 이번주 입찰까지 가세하면서 미국 국채가격은 조정 흐름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현재 확인되고 있는 신용 위축이 얼마나 더 강력하게 나타날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강도는 은행권의 연쇄 파산 흐름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시장의 프라이싱을 평가하긴 이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국내 시장의 금리인하 프라이싱은 10월 정도로 맞춰져 있다. 연말까지 물가의 하향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책당국이 시장 프라이싱대로 움직인다면 금융통화위원회가 큰 부담 없이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내에서 관건은 경기둔화의 골일 것이다. 하반기 경기지표가 얼마나 유의미하게 반등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반도체 경기 반등폭이 예상을 하회하는 가운데 지금 경기를 지지하고 있는 서비스 부문과 소비가 꺾일 것이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미국 통화긴축의 종료 인식이 롱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3.2% 레인지 하단이 지켜지면서 전반적으로 박스권 트레이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상단은 이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물론 주중 미국 물가지표 발표라는 큰 산을 넘어야겠지만 말이다.
한편 뉴욕장에서 거래 후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519%로 7bp 올랐고, 2년물 수익률은 4.012%로 9b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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