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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전망)-'바보들의 행진' 제동 걸 변수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4. 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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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월2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발 은행위기 재연 우려와 미국 국채금리 급락 등을 반영하며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달러/원 환율 상승 흐름 등이 전반적으로 채권 투자 심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기존의 금리 레인지 하단에서 포지션을 조정하는 패턴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뉴욕장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가 전날보다 49.37% 폭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1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예금 보유액이 작년 말보다 약 720억 달러(40.8%) 감소했다고 밝혔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지난 3월에 11개 대형은행으로부터 300억달러의 자금을 예치한 걸 감안하면 1분기 순유출액만 1천억달러가 넘는다.

문제는 퍼스트리퍼블릭이 예금인출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마지막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이미 퍼스트 리퍼블릭은 대차대조표를 재편하기 위해 "전략적 옵션"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예금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이 은행이 어쩔 수 없이 장기 모기지대출과 보유증권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퍼스트리퍼블릭의 대출이 대부분 금리가 낮을 때 이뤄진 데다 사정이 사정이라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값을 주고 매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자산 매각 과정이 새로운 손실 지뢰가 될 수밖에 없다.

SVB은행이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추가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후 수백억 달러의 뱅크런이 나타났고, 결국 주말에 파산 절차가 진행된 걸 모두가 기억하는 터라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현재 미국 경기와 물가에 대해선 말들이 엇갈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바보들의 행진'같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하루는 미국 경기 둔화 전망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했다며 5월에 통화긴축이 끝날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가, 다음날에는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인식에 시장금리가 반등했고 통화긴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헤드라인이 올라오는 식이다.

물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 고물가가 지속될 거라고 보는 쪽은 그쪽 데이터만 보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곧 해소될 것으로 보는 쪽은 역시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는 데이터만 취사선택하는 양상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호조를 보인다는 건 결국 원재료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계속 반영해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라 물가가 하락한다 해도 그 속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까지만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경기와 물가지표만 놓고 보면 워낙 시그널이 혼재돼 있어 이 바보들의 행진이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금융불안이라는 테일리스크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이번 퍼스트리퍼블릭 사태는 은행 리스크가 결코 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여전히 수많은 미국의 중소은행들이 살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필사적으로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다.

은행들의 대출 축소와 자구책 마련이 미국 경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언론 헤드라인에서 이 문제를 뜨겁게 다루든 다루지 않든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결정자들도 이 부분을 분명히 인지하고 정책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적어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흐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시장참가자들이 분명히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다. 주가 급등으로 가려졌던 시장의 위협요인들이 주식시장의 혼란 속에 다시 드러날 조짐이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이 촉발한 파장에 대한 불안감 등이 맞물리며 시장 전반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 2021년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계약됐던 것들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임대인들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가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게 정책당국의 판단이지만 현금이 필요해진 임대인들의 자산 매각 과정에서 유동성, 신용 리스크가 다시 한 번 부각될 수 있다.

전세가격의 추가 하락은 급격한 붕괴 앞에서 멈춰선 부동산 시장을 다시 한 번 위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과정이다 보니 향후 전개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앞으로 크레딧 시장이 살려면 국채, 통안채 등 안전성을 보장받은 금리가 너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시나리오뿐이다. 정책당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해야겠지만 매수가 편한 국면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