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환율 1300원도 깨졌는데"..가이드라인 충족에도 풀리지 않는 외화 MMF 창구지도 - Reuters News

(초점)-"환율 1300원도 깨졌는데"..가이드라인 충족에도 풀리지 않는 외화 MMF 창구지도 - Reuters News

 - 지난 10월까지 1400원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원 환율이 최근 120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국내 최초의 외화 표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출시를 놓고 자산운용사들의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에 외화 MMF 출시를 늦춰줄 것을 요구하면서 창구지도 중단의 전제로 제시했던 조건이 충족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자산운용업계의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외화 MMF 허용 한 달만에 창구지도 돌변

금융당국은 지난 8월29일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의 일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중국, 홍콩, 싱가포르 포함)의 통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외화 MMF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외화 MMF를 통해 여유 외화자금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수출기업 등 외화자금 운용 수요가 상당부분 충족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기가 나빴다.

금융당국이 외화 MMF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시점은 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비상이 걸렸던 때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로 달러 공급이 크게 줄어든 반면,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해외투자 확대가 달러 수요를 늘리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원화 약세 심화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외국환은행에 예치된 거주자외화예금은 976.5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외국환은행에 달러 여유자금을 쟁여놓고 있던 기업들이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외화 MMF를 이용할 경우 표면적으로 국내 외환보유액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외화 MMF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던 자산운용사들에게 입장을 전했다.

현재 상황에선 자산운용사들이 외화 MMF 약관 심사를 신청해도 승인이 날 가능성은 없다는 통보였다. 결국 자산운용사들은 금융당국의 창구지도에 따라 외화 MMF 출시를 연기해야 했다.

▲환율 급락하며 가이드라인 충족됐지만 창구지도 여전

하지만 최근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시장참가자들은 금융당국이 처음 창구지도를 할 때 제시했던 가이드라인이 이미 충족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환율이 1300원대 근방에서 10영업일 이상 안정적으로 움직이면 창구지도를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월 1400원대로 뛰어오른 후 지난달 초까지 1400원대에서 머물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7일 1300원대로 떨어졌고 24일 이후엔 1350원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한 차례 1200원대를 찍은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자주 1300원대를 하회하는 등 하향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충족됐다고 보고 다시 외화 MMF 상품 출시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전달받은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지속과 내외금리차 확대로 외환시장이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존하고 있어 당장 외화 MMF 출시를 허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선 지금처럼 불안한 상황에 외화 MMF를 출시했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되는 걸 원하지 않을 것같다"며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달러/원 환율이 1250원대에서 안정화되면 그때 가서 보자 정도인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말바꾸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말 외화 MMF 판매를 허용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상품 출시를 강제로 중단시킨 데 이어, 이후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충족됐음에도 또 한 번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서고는 있지만 결국 외환당국의 입장 아니겠나"라며 "비상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선 과연 외화 MMF 출시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