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최악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 - Reuters News
채권시장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CPI)와 미국 국채금리 급락 여파로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5%에 육박하면서 경계 매물도 흘러나오겠지만 본드스왑 포지션 등의 추가 손절 가능성도 있어 장중 변동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1월 CPI 전월비 상승률이 0.1% 오르는 데 그쳐 전망치(0.3%)를 또 다시 하회했다. 전년비 상승률도 10월 7.7%에서 11월 7.1%로 둔화되며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근원 물가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6.0%로 전월(6.3%)과 시장 예상치(6.1%)를 하회했고 전월비 기준으로도 10월과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에너지와 항공운임 상승률이 둔화한 데다 지난 3월 4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던 중고차 가격이 11월엔 지난해보다 2.9% 하락하면서 전체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주거비 상승률이 여전히 전월 대비 0.6%로 높은 수준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렌트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공식 지표에 반영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인식이다.
미국의 10월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후 시장이 호들갑을 떨 때 회의주의자들은 "이제 겨우 7%대다"라며 냉소를 날렸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한 달만에 6%대 목전까지 둔화된 현 시점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가 지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게 관례처럼 반복돼 왔다. 하지만 물가 지표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참가자들은 물가 하락 추세라는 안전판에 기대면서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하회할 때 랠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연방준비제도 역시 두 달 연속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한 것을 대놓고 평가절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장에 과도한 안도감을 주지 않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불가피하겠지만, 연준위원들이 어느 정도 안도했으리라는 점은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에선 최종금리가 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이동하고 있다.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후 내년 2월에 마지막으로 25bp 인상을 단행하는 시나리오다.
관건은 서비스부문 임금상승에 따른 가격 전가인데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과 맞물리며 서비스가격이 얼마나 빨리 안정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 서비스가격 안정을 가늠할 지표는 비농업부문 고용인데 아직 안심은 이르다.
만약 연준이 2월에 마지막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시나리오라면 국내 통화당국은 여기서 굳이 추가인상을 단행할 유인이 없다.
현 시점에서 추가 금리인상은 환율 상승에 대한 안전판 논리 빼고는 편익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율은 1280원대까지 떨어져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당시보다 50원 이상 급락했다.
최근까지의 환율 하락은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 때문이었다. 만약 내년 초부터 연준의 통화긴축 종료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해 환율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금통위는 굳이 내년 1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보다 기다릴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이같은 기대감이 연말에 선반영되는 건 시장참가자들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다수 하우스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그동안 과도했던 방향성, 커브 포지션을 정리해 왔다. 연말에 시장금리가 빠질 수 있는 만큼 빠지고 내년으로 넘어가는 전개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매파 스탠스를 좀 더 강하게 밝혀주길 바라는 심정이 될 수도 있다. 연말연초 포지션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고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