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통화당국도 시장도 '올해 넘기는 것만' - Reuters News
채권시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 이후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한 데 영향을 받으며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긴축 속도조절 시사로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만큼 장중 매수 시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 입장에선 성공적으로 기자간담회를 마쳤다고 자평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통화긴축 속도 조절 신호를 주면서도 최종금리 수준과 지속기간이 중요하다고 언급해 시장이 흥분하기 전에 미리 진정제를 투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정책결정문에 그간의 누적 통화긴축 효과와 정책 시차를 고려하겠다는 표현을 삽입했고, 파월 의장 역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며 이를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중에 최종금리 수준이 기존 예상을 상향할 가능성을 언급해 주가 반등에 찬물을 끼얹었고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 마감했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가 경제를 제약하는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여기서 당장 75bp를 인상하든 50bp를 인상하든 경제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기본 인식이다. 하지만 통화당국이 조금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 잡아먹을 듯 랠리를 펼치면서 다시 기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주식시장 때문에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연준 역시 시간을 버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일단 올해를 넘긴 후 아직은 견조한 고용과 고공행진하는 물가지표가 추세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때 가서 과대긴축 우려가 커지면 점도표야 언제든 되돌리면 되는 일이다. 최근까지 연준이 해왔던 일을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니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국내시장도 올해를 넘기는 게 관건이다.
그런 측면에서 연준의 속도조절 시그널은 구명줄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금통위는 큰 부담 없이 25bp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금통위 역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연준의 스탠스를 반복하면 된다. 내년에 어떻게 할지는 그간 금리인상의 누적 효과, 경기와 물가, 주요국의 통화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 등을 살펴보면서 결정한다고 하면 된다.
시장참가자들 입장에선 연말 빡빡한 자금 보릿고개를 넘기는 게 최우선이다.
내년이 되면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기, 고용, 물가지표가 지금보다는 덜 부담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환매됐던 자금들이 새로 집행되면서 유동성 우려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더구나 내년이 되면 WGBI 편입과 관련한 기대감이 증폭되며 시장이 새로운 동력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흥국생명이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도 결국은 연말 시즌 이슈가 크게 작용한다. 가뜩이나 올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KP물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았다. 손대는 족족 손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북들이 예년보다 일찍 북클로징에 나서면서 외화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흥국생명이라는 회사가 딱히 문제가 돼서 조달이 안 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해가 넘어가고 다시 투자북들이 열리면 숨통이 트일 것이다. 외화채권 시장도 결국 해를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미국이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높인다고 하니 이창용 한은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또 바뀌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내경제의 체력을 감안할 때 금통위의 추가 통화긴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현 정권 인사들이 안팎으로 금리인상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국고채, 통안채 금리의 고점은 어느 정도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 시장이 추가로 무너지지 않는다면 국고채 금리는 하향 안정될 여지가 커 보인다.
이달 금통위 회의가 다가올수록 국고채 금리(3년물 기준)는 4% 하향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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