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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흥국생명 외화 콜옵션 미행사 '충격'..보험권 유동성·한국물 외화 조달 연쇄 파장 우려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2. 11. 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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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흥국생명 외화 콜옵션 미행사 '충격'..보험권 유동성·한국물 외화 조달 연쇄 파장 우려 - Reuters News

 - 흥국생명보험이 지난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조기상환(콜옵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외화 투자 비중이 큰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유동성 이슈가 제기되며 원화 자금시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달러채 시장에서의 조달이 여의치 않은 데다 유로화, 엔화 등 이종통화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물 외화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마저"..충격 휩싸인 시장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싱가포르거래소에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흥국생명은 이번 조기상환을 위해 지난달 말 외화로 3억 달러, 원화 후순위채로 1000억 원을 조달하려 했지만 국내외 자금시장이 흔들리자 발행 계획을 접은 바 있다.

한국물 시장에서 달러화 후순위채의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은 건 지난 2009년 우리은행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우리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 한국물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에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자산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흥국생명이 5억 달러를 마련하지 못해 투자자 신뢰 훼손을 무릅쓰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 많은 시장참가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증권사, 여전사 등의 유동성 우려로 부각된 원화 자금시장 문제가 보험업권에도 엄습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올해만 달러/원 환율이 20% 이상 급등하면서 외화채권 투자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을 필두로 롤오버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외화조달 시장이 위축돼 있는 만큼 보유 채권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해외 블라인드 펀드 투자를 늘렸던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글로벌 자산가격 급락에 따른 캐피탈콜이 수시로 들어오고 있어 외화 유동성 압박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원화 예금금리 급등으로 신규 보험계약 건수가 크게 준데다 해지마저 늘고 있어 다수의 보험사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채권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유동성비율을 규제할 때 유동성 자산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한 조치기도 했다.

A보험사 자금운용부장은 "외화채권을 8조원 들고 있다고 하고 헤지를 FX스왑 1년물로 했을 때 환율이 20%만 올랐다고 가정해도 롤오버를 할 때 1조6천억원이 더 나가게 된다"며 "외화채권을 많이 들고 있는 곳들은 커진 롤오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일부 보험사가 해외 블라인드 펀드에 자금 집행을 많이 했다가 캐피탈콜이 들어오면서 추가 자금 집행 수요가 생겼다"며 "이번 사태는 보험사들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없다는 방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물 발행 막히나..사모로 활로 찾을 듯

흥국생명이 후순위채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후폭풍은 한국물 시장에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5.9%에 발행됐던 교보생명 후순위채는 현재 9% 이상에 매도 호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매수 호가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화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기관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캥거루본드 발행을 위해 이번주 북빌딩에 나섰던 하나은행이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달 공모채권 발행을 준비했던 한국주택금융공사 역시 계획을 유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은행 운용부장은 "최근 크레딧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유동성 이슈가 보험사까지 전이되는 느낌"이라며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금리가 스텝 업이 되지만 한국물을 담는 곳들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곳들이 많아 한 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을 감안하면 당분간 외화 조달이 쉽지 않을 듯하다"며 "원화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유동성 문제가 있는 곳들은 여러가지로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맞이할 듯하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한 발행담당자는 "올해 외화채 투자자들이 살 때마다 손실을 많이 보다 보니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듯하다"며 "투자자들이 올해 북을 빨리 접고 내년을 준비할 것으로 보여 11월과 12월에 발행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의 기관들이 대안으로 사모 발행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런 시장에선 일단 피하는 게 맞아 보이고 내년 1월에 새로운 장이 열리면 그때 공략해야 할 듯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