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8 (채권/전망)-"나만 아니면 된다" - Reuters News

(채권/전망)-"나만 아니면 된다" - Reuters News

 - 영국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미니 예산안' 내용을 대부분 철회하고 달러지수가 하락한 데 힘입어 이날 채권시장도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의 채권투자 비과세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영향 등이 이어지며 채권 매수세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결국 '유턴'을 결정했다.

제레미 헌트 신임 영국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법인세 25% 인상은 전정부 일정대로 하고, 최저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는 시기를 1년 앞당기려던 계획은 무기한 폐기했다. 또 에너지 요금 지원은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해, 내년 4월부터는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취소한 감세안 규모는 연 320억파운드(약 52조원)다.

영국 정부의 백기 선언이 시장을 완전히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없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 겨울과 가스라는 위협이 남아 있고 시장의 고강도 긴축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도미노 위기' 가능성이라는 테일 리스크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위험자산 가격은 반등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발표 직후 큰 폭으로 하락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낙폭을 모두 반납했다. 여전히 엄청난 변동성과 불안한 미래가 미국 국채시장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를 늘리고 있고 노동시장은 견조하고 경제주체들의 예금 규모는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여전히 높다.

미국 국채시장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는 느낌이다. 다만 금리인상폭을 75bp로 올리든 100bp로 올리든 당장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얼마나 차이가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연방준비제도의 물가안정 의지를 이미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졌는데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불안 리스크는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반면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생채기가 경제 곳곳에 파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금줄이 막히면서 익스포저가 크고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시장 전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신규 부동산 PF 사업의 전면 중단, 기존 사업의 부실 규모가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F 대출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이슈가 시장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규제 비율 준수라는 목적으로 채권 발행에 열을 내고 있는 은행들도 문제다. 지금같은 시기엔 좀 자제하면서 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러다 규제 비율 나빠져서 시장의 타깃이 되면 그게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지금 금리 불문하고 채권을 찍어놓고 정 안되면 연말에 예금으로 당겨 규제 비율을 맞추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불안한 시장에서 누가 잘 못하고 있는지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살피고 있는 만큼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생각을 탓할 수도 없다.

여러 여건을 봤을 때 국내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3.5% 이상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또 한 번의 빅스텝이 이뤄질 경우 크레딧시장이 어떻게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외국인에 대한 채권 비과세 조치까지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국채에 대한 시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다만 이제부터 크레딧물이 국채 헤지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편 17일(현지시간) 뉴욕장에서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은 각각 4.019%, 4.018%로 전일 대비 1.3bp, 4.3bp씩 상승했다.

2년물 수익률은 4.458%로 4.9bp 하락한 가운데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간 스프레드는 -44.1bp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