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내러티브와 포지셔닝 - Reuters News
서울, 12월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달러/원 환율은 1310원대 초반대에서 출발한 후 장중 주식시장, 위안화 움직임 등에 연동하며 제한적으로 등락할 전망이다. 환율이 레인지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는 인식이 강한 상황이어서 하방 압력이 다소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은 고용지표 부진에 힘입어 또 한 번 낙폭을 키우며 4.1%대에 진입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등을 반영하며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났던 외국인의 롱베팅 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장중 변동폭 확대가 예상된다.
채권과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채권시장참가자들은 이른바 '달러 약세·금리 하락' 테마에 몸을 싣고 롱을 꺾지 않고 있다. 전날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와 역전되는 데 대한 부담감도 뚫어냈다.
국내 통화당국이 충분히 장기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채권시장이 달리는 이유는 결국 유동성이다.
시장에 유동성은 충분히 풀려 있는데 금리 하락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채우지 못한 하우스가 적지 않고, 당장 분위기를 급격히 되돌릴 분명한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말 발표될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일 경우 손절 압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시장 전반에는 미국 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근거로 이번 지표를 평가절하할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의 분위기가 바뀌려면 그야말로 큰 것 세 방 정도가 연달아 터져야 하는데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과 누적된 경기둔화 압력을 감안하면 이번엔 정말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글로벌 금리가 튀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딜러들도 나온다. 시장의 내러티브가 바뀌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재료가 연달아 터지지 않는 한 금리의 반등 국면에선 포지션 확대로, 단기물이 못 가면 장기물로 손바꿈을 하며 해를 넘기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향후 미국 금리가 반등하는 국면에서 국내 채권시장의 베타는 줄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시장은 어떨까? 원화는 여전히 달러 지수 움직임에 예민하는 반응하는 하이 베타 자산으로 보인다.
다만 역외기관들의 경우 확실히 달러 숏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공업체들 역시 환율이 1300원대 위로 올라오니 선물환에 나서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타깃 레벨로 1400원을 고수하던 곳들이 이젠 꽤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러/원 환율의 하방이 견조한 건 국내에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곳들, 특히 기업 자금운용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유의미하게 달러를 보유한 기업 담당자들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이들은 연말 실적이나 분위기에 크게 영향받지도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결국 안정적인 자금운용이다. 대규모 해외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곳들 입장에선 달러/원 환율이 너무 오른다 싶으면 달러를 일부 팔 수는 있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굳이 액션을 취하기보단 들고 가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외화자금시장엔 달러가 넘쳐나고 FX스왑시장에 이렇게 비드 일색인데 현물환시장만 뒤처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350원대엔 이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팔면서 어느 정도 빠르게 환율이 떨어지긴 했는데 1300원대 내외에선 다들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최근 나타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온도차는 대내외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기대 차이로 보기보다는 단순한 플레이어의 성향 차이로 볼 수밖에 없다.
달러 보유 기업들의 보수적 스탠스를 일신(一新)할 만큼의 분명한 트렌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외환시장은 다소 굼뜬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