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다같이 터지는 건 괜찮지만" - Reuters News
서울, 11월3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와 연동하며 변동성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레인지 하단을 뚫어버린 미국 국채금리와 대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감을 감안할 때 금통위 결과가 매파적으로 해석된다고 해도 조정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참가자들은 미국 국채 수급 교란 열차를 금리인하 기대 열차로 갈아탄 모습이다.
4.5% 지지선을 손쉽게 하향 돌파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9일(현지시간)에는 4.2%대에 진입했다.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연율 5.2%로, 예비치 4.9%보다 높게 발표됐음에도 미국 국채시장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로이터 조사에서는 3분기 GDP가 5.0%로 상향 수정되리라 예상됐었다.
미국 선물시장은 이제 내년 다섯 차례 금리인하를 선반영하는 중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가 중립금리 수준을 맞추기 위한 '인하를 위한 인하'를 할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임에도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프라이싱을 뭐라고 설명할까?
고금리 지속으로 미국 경제의 어딘가가 부러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되고 있는 걸까?
내년에 실제로 미국 경기가 급전직하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데이터로 확인된 건 없다. 지금까지는 경기 연착륙의 신호만 보인다.
내달 14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나 일본은행(BOJ)의 연말 정책기조 전환 발표 가능성 등은 채권시장이 한 번쯤 큰 스윙을 맞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채권 랠리에 뛰어들지 않고 뒤처질 수는 없다는 게 함정이다. 정책금리가 한 번 인하되기 시작하면 추가 인하의 기대감이라는 건 언제나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
올해 내낸 그랬던 것처럼 다같이 터지는 건 괜찮지만 이제 연말에 기다리던 랠리가 찾아왔는데 나혼자 못 버는 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한국 채권의 경우 두 말 하면 입이 아프다. 최근 금리가 많이 내려오긴 했지만 이제 겨우 지난해 연말 수준이다. 높은 금리에 잘 사고 낮은 금리에 잘 팔았다면 몰라도 절대금리만 보면 대다수 하우스가 올해 딱히 큰 수익을 보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연말에 드디어 찬스가 왔는데 출발이 늦었다고 뒤처질 수는 없다.
미국 금리가 견고할 것으로 보이는 레인지 하단을 깨고 내려가는 데다 연준의 기조 전환 시그널까지 일부 확인된 마당이니 속마음은 더 쫓길 수밖에 없다.
국내 가계부채 수준과 물가 전망 등을 감안하면 이전과 같은 공격적인 인하 사이클이 재도래할지 의문이긴 하다. 내년 초까지 미국의 경제지표가 급격히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연말에 급격히 달린 채권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연말에 시장이 너무 달리는 데 따른 경계감을 표시하는 딜러들이 많을수록 그만큼 시장 포지션이 가벼운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간의 변동성과 최근 금리가 급락한 속도를 생각하면 단기간에 포지션을 무겁게 실을 수 있었던 곳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금통위 회의 결과도 변수긴 하다. 하지만 지금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를 감안할 때 금통위의 스탠스가 매파 커뮤니케이션으로 해석될지 의문이다.
더구나 미국 경제와 달리 한국 경제는 여전히 바닥을 기는 중이고 내년 전망도 시원치 않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2020년 4월(-1.8%) 이후 4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도 전월보다 0.8% 줄었고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5% 감소해 0.5% 상승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을 크게 하회했다.
물가 경로를 좌우할 유가와 환율은 금리 하락에 우호적이니 '아직 확신은 이르다' 정도 외에 금통위원들이 매파 논리를 내세우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