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인하 언급 '터부' 깬 월러와 금통위 포워드 가이던스 - Reuters News
서울, 11월2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의 통화완화적 발언과 미국 국채금리 하락 등에 힘입어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시장 전반에 여전히 금리 레인지 하단 인식이 강하지만 예상보다 완화적인 연준 스탠스를 확인한 만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도 롱심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흐름이 몇 달 더 지속된다면, 그것이 3개월일지, 4개월일지, 5개월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인플레이션 하락을 근거로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또 다른 매파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가 합리적인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긴 했다.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칠 파장, 시장의 설레발을 이유로 금리인하 언급 자체를 터부시했던 그간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월러 이사의 발언은 확실히 새로운 장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월러 이사가 '일시적 물가 상승'이라는 연준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적극적인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을 선도적으로 주장했음을 감안하자.
물가 급등 국면에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앞장서 주도했던 월러 이사 입장에선 경기 사이클 전환 시점에 본인이 또 한 번 선도적으로 유연한 정책 변화를 주장하는 그림이 나쁘지 않았을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 입장에선 금리인상 종료에 대한 확신을 넘어 금리인하 프리이싱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욱 키울 수 있게 됐다. 지난 50년간 평균적으로 마지막 금리인상에서 첫번째 인하까지 5~6개월 가량 소요됐다는 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프라이싱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미국 시장의 분위기는 국내 금통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시장에선 최근의 롱 분위기 때문에 금통위가 균형을 잡는 매파 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나올 통화정책방향 성명에서 '상당기간 긴축'이라는 표현이 삭제되지 않으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전, 특히 2월 금리인하를 기대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유효하다.
하지만 월러 이사가 금리인하 논의의 물꼬를 튼 현 시점엔 금통위원들도 발언의 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닥은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긴 하지만 한국 경제의 부진을 당장 미국 경제와 비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자부담을 낮추라고 노골적으로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는 점은 금통위원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5명의 금통위원이 여전히 최종금리로 3.75%를 이야기한다면 그건 시장을 호도하는 결정일 것이다. 최소한 금리인상이 끝났음을 인정하는 최종금리 전향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2월 중반으로 넘어가면 확실히 커브는 스티프너가 우세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다만 최근 장기금리 낙폭이 워낙 컸던 만큼 뭔가 애매한 국면이 올 때마다 소심한 스티프너가 미리부터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