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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전망)-심증과 물증 사이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11. 2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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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1월2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 여파로 소폭 약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22일 뉴욕장 초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개월 만의 최저치인 4.363%까지 하락했지만 거래 후반 4.418%로 보합을 기록했다.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발표되면서 장중 저점에서 빠르게 반등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8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0만9천명으로 직전 주보다 2만4천명 감소했다. 이날 수치는 5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2만6천명을 밑돈 수준이다.

다만 미국의 10월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한 제품) 수주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160억달러(5.4%) 감소한 2천79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의 4% 증가에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시장 컨센서스(4%)보다 감소폭이 컸다.

미시간대학교가 집계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3으로 전월(63.8)보다 낮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5%로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2%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10월 경제지표들이 지난 여름만큼 뜨겁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고금리 장기화가 미국 경제 일부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물가 때문에 죽겠다' 하면서 소비는 꺾이지 않고 있고 주택 매수 수요도 여전히 길게 대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일부 IT 기업들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긴 했지만 딱히 대규모 구조조정의 폭풍이 밀려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현 시점에 미국의 소비와 고용지표가 급전직하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시장이 경기둔화를 기정사실화하며 전진하다 혼란을 주는 경제지표를 맞닥뜨리는 순간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민해야 할 건 이미 내년에만 네 번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시장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야 가능한 시나리오인데 아직은 심증만 있지 물증이 많이 쌓이지 않았다.

국내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고채 3년물 기준 3.5%를 하방으로 뚫어내려면 내년 1분기 금리인하 기대가 선행돼야 한다. 총선 전 금리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금융통화위원회에 명분을 줄 만한 지표가 아직 충분치 않다.

연말을 앞두고 대내외 증시가 이른 축포를 쏘아대고 있는 것도 채권투자자 입장에선 찜찜한 부분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시장 호가도 얇은 상황이라 글로벌 인덱스 움직임에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금 금리 레벨에선 일단 관망하는 게 맞아 보인다.

다만 국제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플러스(OPEC+) 산유국 협의체는 당초 26일로 예정됐던 정례 장관급 회의를 3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5%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이같은 회의 연기는 추가 감산 연장 여부를 놓고 벌이는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OPEC+는 감산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한 회원국 간 견해차가 클 때 회의를 연기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