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금리정책의 프레임 전환 - Reuters News
서울, 11월1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하락분을 반영하며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전날 국내시장이 미국 금리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던 데다 현재 레벨 부담도 큰 만큼 장 후반부턴 매물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 근방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급 부담이 사라지지 않은 데다 여기서 금리가 더 내려가려면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필요하다는 게 관건이다.
롱재료가 계속 붙지 않는다면 밀고 내려갈 힘이 떨어진다. 일단 16일(현지시간)에는 롱재료가 붙으면서 밀고 내려갈 수 있었다. 장후반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53%로 전날보다 8.4bp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 줄어들며 예상치와 전월치를 모두 밑돌았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폭이 컸다.
지난 11일로 끝난 한 주간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한 주 전보다 1만3000건 증가한 23만1000건으로, 로이터 전망치 22만건을 상회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직전 주 대비 3만2000건 증가한 186만5000건으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주택 경기도 악화 일로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11월 주택시장 심리지수는 34로 전월보다 6p 하락했고 전문가 예상치 40에도 크게 못 미쳤다.
국제유가는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브렌트유는 4.6% 하락한 배럴당 77.4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는 4.9% 내린 배럴당 72.90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지난달 말 90달러를 넘보던 WTI가격이 7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이다.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이어지는 있는 가운데 소비와 고용지표가 둔화하면서 모두가 기다리던 그림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정책금리 인상의 여파가 산업생산과 노동, 주택경기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8% 이상 빠진 월마트의 경고도 시장에선 의미 있게 울렸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10월 하순부터 식료품과 생필품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은 앞으로 몇 달간 디플레이션 기간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경기 하락세가 조금만 더 가팔라지면 연준의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롱포지셔너들은 갑작스럽게 몰려들고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금리인하 모멘텀을 만들고자 원기옥을 모으고 있다.
CME그룹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오는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거의 100%로, 내년 3월까지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33% 정도로 반영하고 있다.
적어도 연말까지 뜨거운 경제지표가 반복되면서 미국 금리발 금융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제 초점은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느냐가 아니라 과연 내년 상반기 인하가 가능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물론 시장은 앞으로 나오는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냉탕, 온탕을 오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한, 두번 경제지표가 다시 반등하면 미국 10년 금리는 또 4.5% 위로 올라서며 인하 기대와 거리두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국내 하우스들도 비슷한 생각으로 접근해야 할 듯하다. 매수재료가 쌓이면서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고조되는 시점에선 3년물 3.6%까지 염두에 두고 밀고 들어갈 수 있겠지만 금리인하의 기운이 약해지면 다시 3.7%대로 올라오면서 쉬어가는 흐름의 전개다.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간에선 상대적으로 스프레드 메리트가 있는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까지 소외됐던 비지표물이나 크레딧물 등으로 매기가 움직이면서 수익률곡선 평탄화 작업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관들의 포지션도 무겁지 않다 보니 스프레드 메리트가 있는 채권 중심으로 강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