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영점 잡히는 美 금리와 셧다운 리스크 돌파 가능성 - Reuters News
서울, 11월15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달러/원 환율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한 미국 물가지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가능성 축소 전망 등에 힘입어 1300원 초반대까지 급락한 후 장중 1290원대 후반과 1300원대 초반대 등락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채권시장도 미국 국채금리 급락분을 반영하며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절대금리 부담으로 장중 국고채 금리의 추가 하락이 제한되면서 전반적으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 대비 보합 수준이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3.2% 올랐다. 물가 전월비가 보합을 기록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다. 근원 CPI는 전월비로 0.2% 올라 9월(+0.3%)보다 상승폭이 축소됐고 전망(+0.3%)도 하회했다. 10월 근원 CPI 전년비 상승률(+4.0%)도 컨센서스를 하회했고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지표가 웬만큼 좋게 나오지 않으면 이제 채권시장이 밀릴 일은 없다는 이야기를 올해 여러차례 들었다. 연초에 그랬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 그랬고,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속 인상 끝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예상을 깨는 경제지표가 차곡차곡 쌓이며 채권 롱심리를 깨부쉈고 어느새 금리는 한 단계 더 '레벨업'됐다. 지난 9월 이후부터는 채권 롱의 롱자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번에는 다를까?
경제전망이 예측 경로로 움직인다면 연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가운데 일단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해선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됐다. 연말까지는 미국 물가에 큰 변동 요인이 존재하지 않지만, 내년 1분기에서 2분기 사이에 명목, 근원물가가 순차적으로 2%대에 진입하리라 의심할 이유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고용과 소비지출이 관건인데 급격히 꺾이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관찰되고 있다. 당장 연준이 기수를 돌릴 만한 '서프라이즈'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리스크도 큰 고비는 넘어서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코 등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임시예산안을 민주당과 합심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존슨 의장은 지난 11일 공개한 임시예산안을 공화당 강경파가 장악하고 있는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상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예산안 가결에 하원 과반이 아닌 3분의2 찬성이 필요한데 결국 민주당에 도움을 요청한 셈이다.
셧다운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존슨 하원의장의 예산안에 표를 던진다면 연말 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
미국 금리의 영점이 잡혀가고 있는데 셧다운 리스크마저 사라진다면 달러/원 환율 상방 압력은 당분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관망하고 있던 네고가 급해진다면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물론 추락하는 부동산 경기를 잡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책이 위안화를 압박하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 국면도 쉽게 되돌려지기 어려운 만큼 당장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를 깊이 뚫고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
연말까지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 수준에서 변동성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 금리의 고점이 잡히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선 이제 포트폴리오에 어떤 물건을 매입해 넣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고채 금리 하락세가 제한된다면 매수 온기가 은행채를 넘어 은행 계열 캐피탈채나 A등급 회사채 등까지 조금씩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올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맞추기 위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러쉬는 이달이 정점이다. 이달 말까지 은행채 발행이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 전반적인 수급 부담도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상존하고 있고 CP 발행이 막힌 상황이라 크레딧 이벤트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부담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