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한미 펀더멘털 분기점과 환율..작년 기억 떠올리는 채권딜러들 - Reuters News
서울, 11월1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달러/원 환율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소식에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뉴욕장 분위기를 반영하며 1310원대에서 출발한 후 장중 제한된 범위에서 등락할 전망이다.
채권금리도 소폭 하락 출발한 이후 장중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매 등에 연동하며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은 미풍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634%로 보합세를 나타냈고 2년물 수익률은 5.03%로 3.1bp 하락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나 이번 주말로 예정된 의회의 처리 이슈에 무게를 두면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예비 지표들은 채권 롱심리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로이터 사전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비 상승률이 3.3%로 9월의 3.7%보다 둔화됐을 것으로, 근원 CPI 전년비 상승률은 4.1%로 9월과 같은 것으로 각각 추정했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의 둔화 기대가 국채시장에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될 경우 파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물론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이뤄졌던 34일의 역대 최장 기간 셧다운을 제외하고 그동안 대부분의 셧다운이 몇 시간 만에 해소됐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찻잔속 태풍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전망 강등이 신용등급 강등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점은 걸리는 부분이다. 셧다운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달러 조달 시장에 경색이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그래서 원화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하반기 원화의 퍼포먼스가 다른 통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더구나 앞으로도 원화가 딱히 '나홀로 약세'로 갈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 경제는 그동안 너무 좋았지만 앞으로는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10월에 총 카드 지출이 연간 기준으로 0.5% 감소했고, 10월 가계 카드 지출도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카드 지출이 감소하면서 10월 소매판매 지표도 이전보다 미온적일 것이라는 게 BOA의 진단이다. 물가는 하향 추세고 정부의 이전지출 효과도 줄어들고 있고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인들이 쌓아 놓았던 저축도 바닥나고 있는 만큼 미국 경기가 일정 부분 둔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잘 버텼던 만큼 예상보다 더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그동안 너무 안 좋았던 한국 경제는 앞으로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급격한 반등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바닥은 본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DRAM, NAND 가격의 상승 전환 트렌드가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시점에 경기 펀더멘털이 급격히 악화되기도 어렵다. 향후 글로벌 시장이 흔들린다고 해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는 믿음은 원화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만약 셧다운 이슈도 큰 파장 없이 지나가면 중공업체들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연말과 연초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1400원 타깃 환율을 외치며 관망하던 네고가 뒤늦게 집중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날 1320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달러/원 환율은 많은 이들에게 '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채권시장에선 내년 포지셔닝이 점차 이뤄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연말 크레딧 포지션을 잘 쌓아 놓았다가 올해 초에 대박을 터트렸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면서 하우스들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연쇄 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깜짝 흑자전환을 하면서 공사채 공급 물량 확대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시킨 것도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권에 대한 현 정권의 융단폭격으로 시중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대출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워진 은행들의 사정이 시장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