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반격하는 프록시 통화..진격하는 포퓰리즘 - Reuters News
서울, 11월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전주말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미국 국채금리 하락 여파로 원화 자산시장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달러/원 환율 1300원, 국고채 3년물 금리 3.9%, 국고채 10년물 금리 4% 등 중요 저항선을 앞두고 장 후반으로 갈수록 경계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내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은 미국 국채금리가 전고점을 넘어 한 번 더 '레벨 업' 하느냐, 아니면 추세가 되돌려지느냐였을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 6%를 향하는 움직임이 확인될 경우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시장 전반에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달아 이어진 세 개의 재료 덕에 일단 숏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의 미국채 숏포지션 청산은 급격한 시장 붕괴에 나름 제동을 건 사건이었다.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키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는 롱심리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
가장 중요한 퍼즐이었던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전주말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15만명으로 전망(18만명)을 밑돌았고, 실업률은 3.9%로 전망(3.8%)을 상회했다.
미국 자동차부문 파업 여파를 간과할 수 없지만 일단 미국의 경기 활황세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국 국채시장의 붕괴 우려가 희석되면서 프록시 통화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표적인 리스크 프록시 통화로 통하는 원화가 가장 뚜렷하게 반응하고 있다. 역외 기관들이 포지션 청산에 나서니 그동안 1400원 타깃을 운운하며 뒷짐지고 있던 업체들이 급하게 따라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변동성은 확대됐다.
그렇다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번주부터 미국 예산안 관련 논쟁이 점화되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가능성이 부각되면 시장의 현실자각타임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기준 5% 근방에선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사들어가지만 지난달 중순처럼 다시 4.5%대가 가시화되면 다시 수급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고용지표 덕에 랠리를 펼치던 미국 국채시장이 4.5% 벽에 막히는 모습은 지난 주말에 이미 확인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가격 갭상승 출발후 갭을 줄여나가는 흐름이 예상된다.
국고채 3년물 기준 3.9%, 10년물 기준 4%가 당장은 금리 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너무 먼저 치고 달리면 둘러봤을 때 혼자만 남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크게 작용할 레벨이다.
다만 정부 여당의 포퓰리즘 공세를 간과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짧은 기간 안에 총선용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 정도 총알로는 총선 지형이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정부 여당이 결국 현재의 고금리 지속 상황으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 한해 내내 시장에서 회자됐던 총선 공학 시나리오의 복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에 대한 고강도 비판 역시 이 작업의 일환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가계부채 경고음을 날렸던 대통령실이 서민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이자장사를 한다며 은행을 때리는 이 상황은 이제부터 어떤 일도 가능함을 내포하는 사건이다.
향후 정권 지지율 추이에 따라 통화정책 역시 큰 파고를 맞을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