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FOMC 고비 넘은 원화채 시장..인상 중단 기대만으론 랠리도 한계 - Reuters News
서울, 11월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예상보다 도비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 이후 통화긴축 사이클 종료 전망이 늘면서 원화 채권시장에도 단기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의 초장기물 공급 축소 발표로 이미 커브 불플래트닝이 상당 부분 진행된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 중단 기대만으로 랠리를 더 끌고 가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큰 고비 넘겼다"..美 국채 불확실성은 그대로
11월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원화 채권시장참가자들의 평가는 '큰 고비를 넘겼다'는 데 맞춰지고 있다.
매파 동결이 되리라는 리서치 전망과 달리 다소 도비시했다는 게 전반적인 해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추가 인상의 여지보다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낮아진 금융긴축 여건에 무게를 뒀다는 것이다.
특히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했던 지난 9월 점도표에 대해 "점도표는 결과가 아니라 예측이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12월에 새 점도표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FOMC 회의 결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 장기국채금리 상승의 원인이 장기 기준금리 기대치나 기대 인플레이션 변화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중장기 채권 보유시 만기별로 요구되는 추가수익률) 상승 때문이었다기보다는 수급 공백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 때문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재정적자를 의미 있게 축소하기도 어려운 데다 조만간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이슈가 고개를 들며 셧다운 혼란이 재개될 수 있는 만큼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A외국계은행 스왑딜러는 "헤지펀드들도 미국 장기금리가 딱히 어느 정도까지 갈지 확신은 없는 상황에서 일단 10년 금리가 5% 넘어서니 이건 아니다 싶어 사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번에도 4.5%까지 가면 다시 밀리기 시작했는데 이 정도 레벨이 되면 다시 수급 이슈가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감안한 미 10년 국채 적정금리가 4.3~4.5% 수준이라고 하면 앞으로는 수급 방향에 따라 100bp 내외의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서 미국 금리가 빠질 여력도 있어 보이지만 다시 5.3%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 디커플링 계기 될 수도..단기 랠리 기대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 중단은 한국과 미국간 시장금리의 연동성을 다소 떨어트릴 수 있는 재료로 의미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과 달리 경기 펀더멘털이 취약한 한국의 경우 연준의 추가 긴축 중단과 그에 따른 원화 환율 안정만 확보되면 과도하게 벌어진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를 가늠하며 저가매수가 들어올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전한 가능성으로 남아 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금리인상이 선택지에서 배제된다는 점도 채권 운용역들의 적정 가격 프라이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연말까지 국고채 발행물량이 계속 줄어들며 수급이 우호적으로 개선될 게 확실한 데다 한은이 단기자금시장을 여유있게 운용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채권 매수세가 유리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B증권사 채권본부장은 "국내 통화당국은 그동안 추가 긴축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통해 사실상의 완화 정책을 펴 왔다"며 "만약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거나 유가나 환율 중 하나가 트리거 요인이 됐다면 금통위 역시 결국 추가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미국의 수급발 우려가 진정되는 상태고 연준의 인상 가능성도 낮아진 데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가 이달 말로 잡혀 있다"며 "다음달 국채발행 규모도 3.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바이백을 제외하면 순발행이 거의 없으니 시장이 한 번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하 기대 없이 랠리 한계..레벨 적응 과정 이어질 수도
다만 대내외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시장금리가 얼마나 더 빠질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향후 미국 경기가 분명히 꺾이는 시그널을 보이면서 금리인하 기대가 재점화되지 않는다면 이미 장기금리가 크게 빠진 상황에서 추가 하방 압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D국내은행 운용팀장은 "시장금리가 지난달 말 수준이었다면 작년의 교훈을 바탕으로 무조건 들고 버티자고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금리가 이미 많이 빠진 상태라 3년물 3.8%대, 10년물 3.9%대까지 보고 포지션을 잡는 건 작년에 비해 가성비가 별로일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기준금리가 더 못 오를 것'을 보고 갈 수 있는 레벨인데 여기서 더 내려가면 금리인하 프라이싱이 필요한 레벨이 된다"며 "랠리의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보험사 채권운용부장은 "최근 커브가 크게 누운 건 증권사의 3년/30년, 10년/30년 커브 베팅 손절 때문이었는데 이미 금리가 너무 많이 빠졌다"며 "4.3%까지 봤던 30년물 금리가 이미 3.9%대로 떨어져서 본드 포워드를 하기에 가격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보험료가 계속 줄고 있다 보니 보험사들 전반적으로 현금이 많지 않다"며 "채권을 사고는 싶지만 금리 수준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