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바닥 찍고 반등한 수출 청신호 외면하는 원화..수급 기대 '흐릿' - Reuters News
서울, 11월1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 무역수지는 5개월째 흑자를 나타내며 수출 경기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지만, 원화의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기대하기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은 550.9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 늘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26.2억달러로 작년 10월 이후 최대였다.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9.7% 줄어든 534.6억달러였다. 한편, 무역수지는 16.4억달러 흑자로 5개월 연속 흑자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때 전날 종가 대비 8원 이상 오르며 1360원을 위협했다.
▲ 반도체 수출, 긍정적 신호
10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 9월 92.3억달러에서 89.4억달러로 소폭 줄었지만, 전년비 3.1% 줄어 감소율 기준 2022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산업부는 IT수요 약세 지속에도 메모리 감산효과, 스마트폰 신제품과 AI서버용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 추세 등 전반적인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반도체 가격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수출 개선흐름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동차 수출은 58.8억달러로 전년동월비 19.8% 급증하는 등 호조세가 이어졌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수출 증가 전환은 기저효과도 있지만, 반도체 단가가 바닥 찍고 올라가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영향이 있다"면서 "주요국 경기 불확실성이 있지만 당분간 수출 회복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의미한 외환수급 기대는 '아직'
외환수급 바로미터인 무역수지는 작년 대비 개선되는 분위기다.
작년 사상 최대 적자(-478억달러)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올해 10월 누계 기준 180억달러 적자로 총 적자 규모는 줄어든 가운데 최근 연속 흑자를 보인 5개월 동안 약 93억달러 흑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 속도가 점진적일 가능성, 중동 우려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 등에 실질적인 외환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다.
S&P 글로벌이 1일 발표한 10월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제조업 PMI는 49.8로 9월 49.9보다 소폭 둔화되며 16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했다. 제조업 신규주문은 9월 47.7보다 개선된 48.6로 7월 이후 최고였지만, 이 또한 16개월 연속 수축세를 이어갔다.
ING은행 강민주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 PMI는 10월 49.8로 하락해 16개월 연속 중립 50선 아래에 머물렀지만 신규 주문은 전달보다 개선됐고 이는 수출에 있어 좋은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반도체 견조한 회복세에도 높은 수준의 재고와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다른 소비재 산업은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월 무역수지가 로이터 전망(-20억달러)을 뒤엎고 흑자를 기록했지만, 선박 인도 시점에 수출 통계에 잡히는 선박 수출(+28억달러, 전년비 101.4%)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선박은 수주 계약시 기업들이 환헤지를 하고 그 때 외환시장 실수급으로 잡힌다.
한편, 에너지 수입 119.9억달러로 작년 대비 22.6% 감소했다. 다만 원유 수입은 전년 동월비 0.1%, 전월비 7.3% 각각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감산에 유가가 1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뒤 중동 지역 불안이 더해졌지만 아직 유가 가격 변동성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잠재적인 악재로 자리잡고 있다.
한 시장전문가는 "반도체 경기가 최악은 벗어났지만 개선 기울기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고, 계절적 요인 속 유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외환수급과 관련해서는 보수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의 강 수석 이코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은 아직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앞으로 몇 달 간은 더 의미있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무역흑자는 축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