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11월 국채발행계획은 사고였나 - Reuters News
서울, 10월3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뚜렷한 재료 부재 속에 제한적 범위에서 등락할 전망이다.
달라진 건 없다. 미국 국채시장은 여전히 바람 앞의 등불이다. 일부 채권운용사들이 미국 국채 비중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곤 있지만 당장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위안화, 엔화 가치 하락에 대응해야 하는 중국, 일본 중앙은행은 매수 여력이 크게 떨어졌고 국고채전문딜러(Primary Dealer)들의 시장내 비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다. 일부 헤지펀드의 차익실현 이후 미국채 시장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해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11월엔 다시 한 번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지상군 투입에 따른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에 "시오니스트 정권의 범죄가 레드 라인을 넘어섰고,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참전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또 한 번 '레벨업'할 가능성을 모두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 국채시장과의 연동성 강화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국내시장은 기재부에 의한 수급 교란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떠안게 됐다.
국내금리가 치솟고 있는 시점에 기재부의 역할은 시장 수요에 따른 물량 배분이었을 것이다. 수요가 있는 만기 채권을 더 발행하는 한편, 수요가 없는 만기 채권은 줄여 수익률곡선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기재부의 본분이다.
하지만 지난주에 기재부가 발표한 11월 국채발행계획은 충격 그 자체였다. 9월에 2조9천억원 수준이었던 30년물 발행 물량을 9천억원으로 줄인 것이다.
총발행량을 3조5천억원 조정하면서 30년물만 2조원을 줄였다. 기재부가 최근 나온 30년물 본드포워드 수요만 확인했어도 30년물 발행 비중을 이렇게 줄이진 않았을 것이다.
이번 기재부의 선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돼 온 안정적 국채물량 배분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0년물 발행에 대비해 10년물을 사고 30년물을 대차매도했던 국고채전문딜러들 입장에선 황당한 전개다. 기재부를 믿고 헤지 전략을 마련했던 PD들만 바보가 되는 발표다.
당장 30년물 금리는 하방 안정성을 득(得)할 수 있겠지만 만기 10년 이하 채권 금리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시장 전반적으론 불안감만 키울 것이다.
30년물 금리의 안정이란 것도 향후 발행물량이 정상화되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이번 국채발행계획은 중대한 시기에 나온 중대한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당분간 30년물 등 초장기물은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채 상대적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