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통화정책이 아니다 - Reuters News
서울, 10월25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뚜렷한 재료 부재 속에 제한적 범위에서 등락을 이어갈 전망이다.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의 숏커버 발언에 힘입어 미국 국채시장은 일단 안정세를 되찾았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5%가 깨지면 가까이는 5.07%, 멀리는 5.3%까지 열리는 만큼 다시 한 번 레벨 점프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는 다소 희석됐다. 10년물 금리가 4.8%대 초반까지 후퇴해 버퍼가 생겼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발표 직후로 시장이 되돌아간 듯하다. 당시 미국의 9월 고용은 33만6천명 증가해 컨센서스(17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장중 4.887%까지 올랐던 10년물 금리는 상승폭을 줄이며 4.782%에 마감했다. 4.8%를 타깃으로 삼고 있던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되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사정이 다소 바뀌었다. 수급 공백 우려로 흔들리고 있던 미국 국채시장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지지되면서 '시장의 어딘가가 깨질 수밖에 없다'는 막연한 공포감을 희석시켰다.
이후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지연되고 전쟁 뉴스의 임팩트가 조금씩 떨어지자 금리 변동성이 다시 확대됐고 다시 이 레벨이다.
국내시장도 돌이켜 보면 다시 원점이다. 10월에만 3년 국채선물을 1.7만 계약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전날 1.8만계약을 순매수했다. 반면 10월에 3년 선물을 2.4만계약 순매수하고 있던 증권사는 전날 2.1만계약을 순매도했다. 현재 레벨에서 롱이든 숏이든 포지션을 중립으로 맞추려는 손바꿈으로 보인다.
시장의 주축 동력이 통화정책에서 유동성과 수급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미국은 수급 이슈가 알파와 오메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로 종료된 미국 정부의 회계년도 상 적자 규모가 직전 년도의 1조4000억달러에서 1조7000억달러로 급증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지 않았다면 재정적자 규모가 2조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금리 급등으로 재정적자는 더 늘고 이는 더 많은 발행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두고 미국 의회가 혼란에 빠지며 정치체제의 취약성이 다시 노출되면 미국 국채시장은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두려운 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유동성이 알파와 오메가다. 이미 여러 곳에서 자금 조달 이슈가 터졌어야 하는데 금융당국의 지원으로 생명을 연장해 오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조금만 조여지면 곡소리가 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한 6개월 정도 버티고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게 끝이 안 보인다. 결국 누가 됐든 손을 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하다.
10월이 마무리돼 가는데 딱히 긍정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롱을 들고 버티기엔 변동성이 너무 크다.
미국 국채시장이 다소 안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최소한 경기지표의 급격한 둔화라도 확인해야 하는데 그마저 어렵다. 26일 발표되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 대비 4.2%로 2분기(2.1%)보다 두 배나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최근 추세대로 GDP가 컨센서스보다도 더 성장하면 침체론자들은 당분간 침묵수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