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美 고금리에도 선방하는 원화..심리 잠재우는 수급의 힘 - Reuters News
서울, 10월24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원화는 선방 중이다.
달러/원은 이달 초 1360원대에서 연고점을 새로 쓰긴 했지만, 이후 변동성을 크게 키우기보단 상ㆍ하단 단단한 박스권 장세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달러가 강세 압력을 발산하기보다 차분한 흐름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대로 치솟았지만, 적어도 작년 고강도 통화긴축 과정에서 글로벌 외환시장을 강타한 강달러의 충격은 재현되지 않았다. 10월 중 달러지수는 0.6% 하락 중이다.
이에 더해 역내 수급이 번번이 환율의 상승 시도를 막아선 점도 주효했다.
글로벌 고금리 테마와 중동발 리스크에 환율의 주거래 레인지는 분명 한 단계 상향 조정됐고, 향후 전망 역시 한층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시장심리나 수급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모습이다.
▲ 얌전한 달러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주간 투기세력의 달러 포지션은 5주째 순매수를 유지했지만, 전주와 비슷한 규모로 유지됐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FX보고서에서 강달러 우호적인 여건에도 최근 달러 랠리가 주춤해진 데 대해 투기적 포지션의 조정이 이미 이뤄졌고, 미국 국채 장기 금리 상승에도 연준 정책금리의 단기 경로에 대한 투자 기대는 달라지지 않은 데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에도 안전자산에 따른 달러 수요가 아직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또 안전자산선호가 심화되지 않는다면 달러의 유의미한 강세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글로벌 달러 행보는 원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달러 강세가 제한되는 상황이 원화의 약세를 막아서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통화정책 자체가 위험이라기보다는 유가와 중동 사태가 합쳐지면 달러가 안전자산이 되어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더 우려한다"고 밝혔다.
▲ 채워지는 수급
환율 상승 때마다 꾸준히 채워지는 역내 수급 양상이 시장심리 쏠림을 막고 있다. 10월 중 달러/원은 약 0.3% 하락 중이다.
지난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맞물린 중동발 불안 속 에너지업체를 비롯한 역내 여러 달러 수요가 더해지며 환율은 상승 보폭을 키웠지만, 연고점을 재공략하기는커녕 오히려 빠르게 후퇴했다.
당국 개입 경계감과 네고도 있었지만, 이보다 일부 기업의 해외 유보금이 대규모 소화된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추정했다.
한국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유보금 환류에 따른 달러 공급은 총 330억달러로 월평균 약 50억에 달했다. 8월 들어서는 그 규모가 예년 수준인 10억달러대로 줄어 수급 공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난주 대규모 달러 공급으로 역내 수급 균형은 재차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역외 투자자들도 적극적인 방향성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 외환딜러는 "양방향으로 수급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렇다면 조금은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지만, 중동 사태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트리거시켜 공급망을 어지럽히는 효과를 가시적으로 내지 않는 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