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전망)-외화채 발행시장의 교훈 - Reuters News
서울, 10월2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국내 외환, 채권시장은 결국 5%를 찍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영향과 위축된 심리를 반영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외환시장은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장중 변동성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의 경우 전날 대규모 국채선물 매도에 나선 외국인의 움직임과 손절성 매매 확인 여부 등에 따라 장중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전날 통화스왑(CRS) 금리가 이자율스왑(IRS) 금리 상승분 이상으로 급등한 데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달러채권 발행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주금공은 당초 채권 발행을 11월로 미룰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다시 태핑에 나섰다.
미국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까지 발발한 시점임을 감안하면 발행을 미루면서 시장 상황을 두고 봐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최근 외화 조달에 나선 곳들은 발행을 강행하고 있다.
거의 1년째 외화채 발행시장에서 통용되는 진리가 하나 있는데 그건 '지금이 가장 좋은 여건'이라는 것이다. 머리를 굴리면서 발행 시점을 뒤로 미뤘는데 결국엔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지금은 투자자들의 북이 닫혀가는 시점이라 더 미루기도 어렵겠지만, 기다린다고 해도 미국 금리가 딱히 내려갈 것 같지 않다는 걸 발행사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백악관은 이번 주 1000억 달러(약 135조원) 규모 예산을 연방의회에 요청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두 개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준비하는 미국의 재정 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다. 폴 크루그만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밝힌 대로 미국 예산은 이미 이전부터 슬림화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딱히 줄일 만한 항목을 찾기가 어렵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헬스케어 등 예산에 손대기는 더욱 쉽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 정책금리 인하 기대는 이연되다 보니 채권시장에 믿을 구석이 없다.
어찌 보면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불거지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왔다. 확전 우려로 미국이 더 큰 돈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감안하면 채권 수급은 오히려 더 악화된 것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원화는 나름 잘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연말, 연초가 되면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달러 약세, 채권 롱포지션이 다시 한 번 대세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수급상으로는 선물환 관련 태핑이 일부 이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지난해 외환당국이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을 통해 조선사들의 선물환 거래를 대규모로 처리하기 시작한지 1년여가 지나면서 롤오버 관련 문의가 이번주부터 이뤄지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선 목표 레벨 잡기가 쉽진 않을 듯하다. 여기선 미국 국채금리 상단의 영점이 잡혀야 다른 매듭도 풀리게 된다.
채권투자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미국채 숏, 원화채 롱으로 접근했던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일부 언와인딩하는 모습이다. 미국 금리가 가열차게 오르는데 국내 시장에선 증권사들이 열심히 매수해 주니 순조롭게 출구를 찾고 있다.
커브 스티프닝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입찰이 있을 때마다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당분간 채권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