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美 국채 수급 불확실성에 딜레마 빠진 10월 금통위..'시간 벌기' 집중 전망 - Reuters News
서울, 10월1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원화 채권시장이 소매지표 호조로 다시 뜀박질을 시작한 미국 국채금리를 반영하며 다시 요동치고 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오전 10시52분 현재 국고3년 지표금리는 4.058%에 거래되며 다시 4% 위로 뛰어올랐고 10년 지표금리는 4.30%에 육박했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대해선 다소 차분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 경로와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1350원을 넘어선 달러/원 환율과 유가 불안,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국내경기 등을 감안할 때 금통위가 이전과 다른 시그널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국내외 경제ㆍ채권시장 전문가 49명 전원은 금통위가 오는 19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위로 반등하며 한은의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는 점, 여전히 높은 가계대출 증가율, 한미금리차 확대 흐름과 높은 환율 수준을 감안할 때 이번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긴장감을 낮추는 시그널이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 총재가 기존 언급 이상의 매파 발언을 내놓을 정도의 국면이냐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시장참가자가 적지 않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지난 8월 금통위 회의때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데다 국내 경기 부진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한은의 전망치(4.5%)보다 크게 낮은 4.2%로 제시하는 등 대외 경제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금통위 입장에선 미국 국채시장의 최근 움직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당장은 새롭게 부각된 지정학 리스크가 미국 국채금리의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를 막으며 수급발 패닉 우려를 진정시켰지만, 전쟁 재료가 희석된 이후의 움직임에 대해선 시장도 한은도 예측이 쉽지 않다.
미국 정책금리의 정점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음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어디까지 갈지 예상이 안 되다 보니 달러/원 환율이나 원화 금리의 방향도 불투명해졌다. 주요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시장 이탈과 함께 미국 국채금리 변동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금통위원들의 고민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하원 의장 선출을 놓고 미국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 시점에선 금통위가 기존의 '상당기간 통화긴축 기조 유지'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일단 시간벌기에 나설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A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연준도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은 게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인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몇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경우 인상은 확실히 끝났다고 보는데 다만 당초 10월이나 11월에 빠질 것으로 봤던 '긴축기조 상당기간 유지' 표현이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도 한은 총재도 통화긴축이 거의 다 왔다는 건 느끼고 있지만 미국 금리가 통화정책이 아니라 수급 때문에 움직이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며 "여기선 미국 금리의 방향을 속단하기 어려우니 금통위는 일단 시간 벌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증권사 채권딜러는 "이번에 한은 총재는 물가나 가계부채 모두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서 더 긴축적으로 가면 나중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더 큰 폭으로 내려야 할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선을 지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금통위 재료만 본다면 내일 시장은 조금 세질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미국 금리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앞으로 입찰 때마다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을 듯하다"며 "은행채 금리가 올라가면 회사채 시장을 구축하는 것처럼 미국채 금리가 이렇게 계속 올라가면 다른 국가들의 채권 수요가 계속 구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C증권사 채권본부장은 "미국이 내년에 두 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는데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호조를 보이면서 그 기대감마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구심을 연말에 하게 될 듯하다"며 "지금과 같은 경제지표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고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 회의 결과를 예상해 보면 굳이 숏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롱으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통위 역시 당분간은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 외에 답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