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뭔가 꼬여가는 글로벌 금융시장 - Reuters News
서울, 9월27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레인지 상단이 뚫리면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 국채금리와 캐리 매수세 중단, 추석 연휴 헤지, 다음달 국고채 30년물 입찰 부담 등을 반영하며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뭔가 이상한 흐름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나온 경제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둔화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보다 8.7% 감소하며 연율 67만5000채를 기록했는데 이는 로이터 전망(70만채)를 하회한 것으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8월 108.7에서 9월 103으로 뚝 떨어졌는데 역시 전망(105.5)를 하회했다.
하지만 미국 장기금리는 이날도 소폭 오르면서 베어 스티프닝 흐름을 이어갔다.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장기화 전망을 떠나서 미국 국채시장의 수급에 뭔가 균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미국 국채의 최대 투자자였던 중국이 보유량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헤지펀드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 헤지펀드들은 미국 국채를 매수하고 선물을 매도하는 베이시스 거래의 규모를 키워 왔는데 이 과정에서 레포거래를 통한 레버리지를 최대 500배까지 키우면서 향후 시장 불안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각종 규제로 국채전문딜러들의 인수 역량이 떨어진 상황에서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투자가 공격받다 보니 '국채는 누가 사느냐'는 문제가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 우려 속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가능성까지 부각되다 보니 미국의 무한정 부채 확대 기조의 지속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 국채금리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달러는 계속 강해지는데 국제유가 역시 같이 올라가면서 더 큰 압박을 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 멤버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급 통제를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 마치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를 연상케 하고 있다.
전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 기준금리 시나리오를 언급하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시장이 아귀가 착착 맞아 돌아가면서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뭔가 각자의 논리로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이러다가 어느 곳에서든 사달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을 시장참가자들은 하고 있는 듯하다.
금리는 이미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상으로 치솟았고, 시장의 약한 고리는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고, 시장 심리는 바닥을 뚫고 있다. 이 시점에선 다들 멈춰서서 혹시라도 나타날 리스크 오프 사태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9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 발언이 화제였다.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알고 있는 걸 금감원장만 몰랐다는 결론이 되다 보니 금감원으로서도 곤혹스러운 해프닝이었다.
주식과 환율, 채권 등 모든 시장이 변동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다가 뭔가 큰 이벤트가 나오면서 금리가 한 방에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반면 셧다운 이슈가 또 한 번 잦아들면서 시장이 다시 '연착륙' 테마로 옮겨갈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긴 연휴를 앞두고 현 시점에서 뭐라도 베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포지션을 신중히 가져가면서 연휴 중 이벤트에 대비해야 할 듯하다.
연휴가 끝나면 바로 30년물 입찰인데 워낙 변동성 확대 국면이다 보니 대부분 제대로 준비를 못한 모습이다. 이 부분 역시 이날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