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지난해 느낌 - Reuters News
서울, 9월2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견고하게 유지됐던 금리 레인지 상단이 무너지며 급등한 미국 국채금리 영향에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의 금리 상승에도 꾸역꾸역 버텨왔던 하우스들이 손절에 나서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하다 보니 지난해와 비슷하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 스탠스가 확인되며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금리가 요동쳤던 패턴이다.
통화정책 여건만 보면 지난해와 올해 사정은 분명히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통화긴축 사이클의 기간과 최종 금리 수준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쇄적인 금리 상승세가 나타났다.
올해는 다수 나라들의 통화긴축 사이클이 이미 종료된 가운데 미국 역시 최대 한 번 정도의 추가 금리인상만 남은 상황이다. 금리 고점의 영점이 잡혀 있는 만큼 단순한 두려움으로 패닉장까지 치달을 여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전 통화긴축 사이클과 달리 향후 통화완화 사이클의 도래 시점이 예상보다 이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정적자가 앞으로도 계속 불어날 수밖에 없고 미국 국채 수요 기반은 헐거워지는데 고금리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니 롱이 심리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4.35%가 뚫리면서 기술적으로도 4.7%대까지는 그대로 열리게 됐다.
미국 국채 금리 레인지 상단이 결국 뚫리면서 국내 시장도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 제한을 풀고 유동성 규제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 기업대출 증가세와 대규모 예금 만기 도래를 앞두고 은행간 소모적인 자금 확보 경쟁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책으로 보인다.
대내외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을 필두로 한 자금 조달 경쟁,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상황과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 자금난 가능성 등은 올해와 지난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처럼 며칠동안 70bp가 오르는 전개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하우스들을 충분히 압박할 정도로 금리가 상승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흐름 속에 당분간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확실한 손절장이 펼쳐지면서 시장의 롱포지션이 어느 정도 털리기 전까지는 저가매수 대응을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92%로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리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2006년 7월 이후 최고치인 5.202%를 가리켰다.
이날 발표된 신규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 가뜩이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국채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전주보다 2만명 감소한 20만1000명에 그쳐 시장 컨센서스(22만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영국 중앙은행은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깜짝 동결했다.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경기와 물가 전망의 하향 압력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통화당국의 입장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