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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작년과 다르게 약세 브레이크 작동하는 환율..무엇이 달라졌나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9. 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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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월18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글로벌 달러 가치를 떠받치면서 고환율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지만, 작년처럼 환율 상승에 가속이 붙는 쏠림 현상은 제한되면서 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물론 지난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진행형이었던 반면 올해는 긴축 종료 전망에 힘이 실리며 강달러 모멘텀 강도가 상대적으로 둔화된 이유가 가장 크다. 작년 한 해 달러지수 상승률은 약 8%인 반면, 올해는 현재까지 2%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달러/원은 연초 급등락을 제외하면 1300원을 중심으로 좁게는 20원, 넓게는 40원 수준의 큰 틀 안에 갇혀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글로벌 달러 움직임이 주효하지만, 작년과는 분명 다른 수급여건이 원화의 움직임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 비축해둔 달러 대거 들어오고, 나가는 달러는 줄어

올해 외환수급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유보소득의 환류다.

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 등 직접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유보금을 국내 본사에 배당할 때 비과세하기로 했는데, 정확히 올해 1월부터 이와 관련한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상수지 자료에 따르면 직접투자 등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통계상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유보금 유입에 따른 실질적인 달러 공급 규모는 330억달러를 넘어 작년 같은 기간 55억달러의 6배 수준으로 대거 확대됐다.

7월까지 상품수지는 불과 8억달러 흑자였고, 서비스수지는 144억달러 적자였는데, 결국 국내 기업의 해외유보금 환류 덕에 7월까지 경상수지는 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한은 자료에서는 올해 분기별 비거주자들의 NDF 순매입 규모는 1분기 10.8억달러에 이어 2분기에는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 규모인 118억달러였다. 역외세력의 달러 매수세가 매서웠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달러 공급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외환수급 관련한 또 다른 변화는 작년까지 달러 유출을 가속화했던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의 급감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출자 등 2021년부터 급증 추세를 보인 해외직접투자는 2022년 역대 최대 규모인 664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7월까지 해외직접투자는 16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448억달러 대비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최근 2년 간 직접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데다 글로벌 고금리와 기업실적 부진과 세계경제 불확실성 등이 기업들의 투자 축소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증권투자 순증 규모도 작년 대비 감소하는 한편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국민연금은 환율 연고점 근처에서는 한국은행의 외환스왑을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외환수급 측면에서 달러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한 시장전문가는 "작년에는 직접투자까지 크게 늘며 수급 불균형이 심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고금리와 대외 여건상 전면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리기 부담스러운 국면이다. 그 결과, 경상수지, 직접투자, 증권투자를 감안한 수지를 볼 때 올해 2분기부터 외환수급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측면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 수급 추세 지속될까

8월과 9월에도 국내 기업의 해외 유보금 관련 수급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해외 유보금으로 추정되는 달러 공급이 환율 상단을 무겁게 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만큼은 아니더라도 해외 유보금 성격의 자금이 최근까지 유입되면서 이 같은 수급이 당국 개입 변수와 맞물려 시장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수급의 지속 여부다.

직접투자배당수익이 7월 41억달러로 작년 월평균 규모인 10억달러보다는 크게 웃돌지만, 6월 규모에 비해서는 절반 이상 줄었다.

한국은행 수정경제전망에서는 직접투자배당수익을 포함하는 본원소득수지가 올해 상반기 195억달러에서 하반기 135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유보금 규모와 기업실적을 감안하면 배당수익이 상반기보다는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관련 수급의 유입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개별 기업 상황과 자금 사정에 따른 것으로 하반기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은 하반기 외환수급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 회복과 이에 따른 상품수지 개선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은은 하반기 260억달러 수준의 상품수지 흑자를 전망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배당소득 관련 수급이 원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하반기에는 해외 유보소득이 조금 둔화되더라도 수출 회복과 경기 회복 흐름에 힘입어 외환수급은 계속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