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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진단)-작년 고점-올해 저점 중간 지점에서 방황하는 원화..수급 시그널마저 흐릿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9. 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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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월13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9월 들어 환율은 상하단 강한 저항을 받으며 좁은 박스권에 갇혔지만, 이 때문에 앞으로 환율의 변동성이 더 커질 위험이 있는 만큼 시장참가자들의 경계수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월간 환율은 위ㆍ아래 강한 저항 속 움직임 폭은 1330원을 중심으로 10원 범위다. 사실 달러/원 1330원은 작년 고점과 올해 저점의 중간 지점이다. 결국 환율은 단기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한 의미있는 레벨에서 치열한 탐색 과정을 겪고 있는 셈이다.


▲ 방향성 유보 중인 원화

지난달 달러/원은 약 3.7% 올라 달러지수 상승률 1.7%를 훨씬 넘었다. 8월 무역수지가 예상 밖 소폭 흑자로 3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60억달러 규모의 이란 동결자금과 12억달러 상당의 삼성전자 분기배당이라는 일시적 달러 수요에 더해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원화 약세를 가속화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했다.

예상보다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자 역외들의 공격적인 숏 커버도 뒤따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달러 강세는 재개됐다. 지난 주말 기준 달러지수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8주 연속 주간 상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신용 리스크와 맞물린 경기 둔화 우려에 위안 약세 압력도 확대됐다.

하지만 원화는 연고점 부근에서 속도를 늦췄다.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 방어를 위한 세밀한 시장관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편, 국민연금은 환율이 연중 고점으로 오르자 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기 보다는 한은의 스왑 자금을 이용했다.

한국은행은 8월 외환보유액 자료에서 35억달러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을 강달러와 국민연금 외환스왑을 포함한 시장 변동성 조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의 시장 관리 이외에도 일부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물량이 꾸준히 출회되며 환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대기업 중심으로 대규모로 들어온 해외 유보금 유입이 하반기 들어서는 그 규모가 축소됐지만, 여전히 달러 공급 수급으로 작용하며 외환수급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A 은행 외환딜러는 "일부 기업의 유보금 들어오는 것 때문에 환율 상단이 무거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자금과 같은 일시적 수요는 걷히더라도 달러 강세와 위안ㆍ엔 약세 여건 속 유가 상승에 따른 결제수요에 하단이 쉽게 밀리지도 않는다.

이처럼 수급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환율의 에너지는 응축되고 있다.

B 은행 외환딜러는 "인위적으로 위가 막힌다 하더라도 환율의 아래를 떠받치는 건 국내외 매크로한 상황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보니 위도 아래도 단단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는 있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반도체 수출 전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면서 월간 기준 전년비 반도체 수출이 10월경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원화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진 못하는 가운데 이보다는 대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C 은행 외환딜러는 "매크로가 지지되지 않으면서 리스크 오프 여건이 형성되면 그간 잘 제어됐던 변동성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경기침체 이슈로 강달러 여건이 형성되고 이 같은 여건에서 환율이 1340원대 저항을 뚫고 추가 상승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 블록 통화로서의 원화 위상을 감안할 때 위안화 움직임은 복병이다.

로이터 폴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부양 조치에 대한 기대감 속에 최근 위안 숏 포지션은 줄고 있다. 위안화 숏 포지션에 대한 대대적인 언와인딩은 원화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점과 저점의 평균 레벨에 머물면서 원화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시장참가자들의 고민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굵직한 모멘텀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