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달라진 금통위 분위기에도 롱 쉽지 않은 이유 - Reuters News
서울, 9월1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예상보다 다소 도비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등을 반영하며 소폭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 반영되며 장 후반으로 갈수록 헤지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 7월과 비교하면 급격한 분위기 반전이다. 8월 금통위 의사록 이야기다. 7월이나 8월이나 기준금리는 동결됐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전히 모든 위원들이 최종금리로 3.75%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확신하기 어려운 기조적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높은 환율을 근거로 대다수 위원들이 추가 금리인상 여지와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명시적으로 밝혔던 7월과 달리 8월엔 다수 위원들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8월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위원들은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반면 금융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대내외 여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강도 긴축 기조 지속을 시사하는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한 위원은 두 명으로 줄었다.
중요한 건 결국 경제전망이다. 지난 1년간 한은의 물가 전망과 실적치간 괴리는 0.1%p에 불과했다. 최근 공급 이슈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긴 하지만 물가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성장률 전망과 실적치간 괴리는 0.7%p 수준에 달한다.
통화정책이 작동할 여지는 경제전망과 실적치간 괴리가 커질 때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준금리는 위쪽보다 아래쪽으로 움직일 여지가 분명히 큰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올해 디레버리징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금통위가 한결 쉽게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모색할 수 있는 시점일 텐데 금융당국의 정책자금 우회지원과 금융권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이 사정을 꼬이게 만들었다.
현재 부채 수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인데 높은 금리에도 자산가격 반등 기대만 충분하다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은 금통위원들을 압박할 수 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시작된다고 해도 금통위원들이 더 신중하게 고려하면서 더 천천히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향후 도래할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도 당초 시장 예상보다 높을 수 있어 보인다.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추락하고 크레딧 시장이 붕괴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금통위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긴 했지만 당장 시장 분위기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금 시장 분위기를 바꿀 카드는 급격한 통화정책 전환 기대뿐인데 그걸 기대하기엔 너무 변수가 많다.
분명 기다리면 롱이 통할 것 같은 펀더멘털 여건인데 금리가 갈지자 방향으로 움직이다 결국 올라오니 다들 편하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다음주 국채선물 만기때 포지션을 청산하는 곳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듯하다.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산도 높다는 점이다. 크레딧시장의 불안감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10월을 앞두고 새롭게 헤지 포지션이 구축되면 시장이 한 번 더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