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리파이낸싱 리스크에 사로잡힌 시장 - Reuters News
서울, 9월12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국내 채권시장은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금리 상승폭이 전날 아시아장에 비해 미미했던 것을 반영하며 소폭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장중 크레딧 시장 움직임이나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매 눈치를 보면서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9월이 되면 전반적인 시장 수급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다들 예상하기는 했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은행 자금운용역들이 채권 발행 레이싱에 나서면서 매년 계절적으로 자금시장이 말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올해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직격탄을 맞은 후 1년이 다가오면서 리파이낸싱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생명을 연장하는 식이라 리파이낸싱 리스크는 상시 존재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말 자금시장이 흔들렸을 때 발행됐던 채권들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어 시장의 약한 고리들이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은행들의 경우 지난해 5% 내외 고금리로 유치했던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 대규모 자금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은행 예금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대출 확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은행들이 일찍부터 채권 발행 경쟁에 나선 이유다.
한편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넘겨 세수 부족분을 메울 경우 위탁운용풀에 예치돼 있던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단기물 수급에 부담 요인이다.
9월 정도부터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크레딧 수급 부담을 덮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무너졌다. 미국 통화정책과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가계대출 급증 등이 고금리 장기화 전망을 강화하면서 기대감이 공포감을 상쇄하는 전개를 예상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얼마 안 있으면 올해 실적 평가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선 기대수익도 크지 않은 현 시점에 무리할 이유가 없다.
내년 포지셔닝을 시작하는 11월쯤이라면 조금씩 매수해 봐도 되겠지만 이달과 다음달 큰 파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관망하는 게 최선의 한 수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장마감후 8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의사록을 발표한다. 중국발 경기침체 리스크가 불거진 시점에서 열린 8월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이 어떤 스탠스를 보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