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연고점까지 올라온 원화채 금리..11월까지 기다린다는 딜러들 - Reuters News
서울, 9월1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원화채권 금리가 다시 연고점 수준까지 올라왔다. 대내외 통화정책 전망에 급격한 변화가 없음에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원화채 투자에 따른 기대이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 속에 투자자들이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크레딧물이 향후 약한 고리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오후 2시26분 현재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7.9bp 상승한 3.873%,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978%에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 만기 채권 금리가 연고점에 근접하거나 이미 연고점을 넘어선 상황이다.
시장참가자들 입장에선 딱히 이렇다 할 매도 재료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A국내은행 채권딜러는 "오늘 10년 선물 가격이 원빅 가까이 밀릴 만한 재료는 보이지 않았다"라며 "문제는 9월 내내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들 채권을 매수할 이유가 안 보인다고 한다"며 "금리가 조금만 내려와도 매수세가 사라지니 호가는 얇아지고 변동성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딜러는 "금리가 어느 정도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걸 반복하다 보니 다들 섣불리 포지션을 줄이지 못했는데 오늘은 결국 손절하는 모습"이라며 "지난주 금요일에 너무 급하게 따라 매수한 곳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단기물, 장기물쪽 모두 심리가 안 좋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채권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낼 수 있는 수익에 대한 기대가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와 기업 활동이 여전히 활발하다는 신호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를 자극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동결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고 11월에도 여전히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통화정책 전망이 금리에 강한 상방 압력을 날릴 여건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9월 들어서도 시장의 초점이 '추가 인상이 있느냐 없느냐'에 맞춰져 있다는 부분이다. 연내 기준인하 기대감이 부각될 여지가 줄어들면서 지금 채권을 매수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채권 매수에 따른 기대수익은 크게 줄었는데 미국 통화정책 경로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보니 대부분의 기관들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내년 전략을 마련해 포지셔닝을 하기 시작하는 11월 이전에 굳이 채권 포지션을 채워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시장참가자들도 늘고 있다.
C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지금 채권 투자에 나서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채권을 매수해 얼마나 이익을 누릴 수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올해 말에 금리가 떨어지는 것보다 내년을 기약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11월 정도부터 내년에 대비한 포지션을 구축하려는 곳들이 생기겠지만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통화긴축이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크레딧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크레딧 불안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걸 당국이 막을 수는 있겠지만 투자자들이 매수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이라며 "지금은 위험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D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3월 말부터 금리가 빠지지 못하고 계속 상승했는데 중간에 트레이딩 스탑을 하면서 왔다고 해도 다들 물려 있을 것"이라며 "단기물 시장의 10월부터 해를 넘기는 채권이 발행되며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데 추석 지나고 나서부터 시장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처럼 금리가 4.5%를 넘어가는 셀오프는 아니겠지만 일정 부분 시장이 흔들리며 금통위가 어느 정도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10월에 셀오프가 나더라도 11월 정도부터 내년을 바라보는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