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 돈으로 집사라"..주택기금 고갈에 정책자금 지원 공 수탁은행에 떠넘긴 정부 - Reuters News

서울, 9월5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정부가 저소득 가구에 지원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인 버팀목·디딤돌대출의 재원이 고갈됨에 따라 현재 수탁은행들이 재원을 마련해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금리와 대출 취급금리간 갭이 커지면서 관련 비용이 정부의 보전 한도를 넘어섬에 따라 사실상 수탁은행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5월 버팀목·디딤돌대출의 재원 역할을 하던 주택도시기금이 고갈됐음을 수탁은행에 알리고 수탁은행들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 관련 대출을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때부터 원래 정부 기금으로 진행하던 버팀목·디딤돌대출은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대구·부산은행이 재원 마련과 취급 모두 담당하게 됐다.

버팀목·디딤돌대출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실행되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저금리 주택대출상품이다. 버팀목대출은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전세자금을 최대 2억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으로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금리가 오르내리는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디딤돌대출은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며 고정금리 또는 5년 단위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특혜성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정부가 아닌 민간 은행들이 떠맡게 된 것이다.

문제는 민간 은행에 정책자금 지원 역할을 맡기면서 일정 부분 손실도 감수하도록 한 부분이다. HUG는 은행이 직접 자금을 조달해 버팀목·디딤돌대출을 취급할 경우 일정 부분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지만 분기별로 지원액 증가폭에 한도를 뒀다.

시장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경우 정책자금 재원조달에 따른 손실분이 보전되지만 작년과 올해처럼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경우엔 민간은행이 역마진을 감수하고 대출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AAA 은행채 1년물 금리는 3.92%, 은행채 3년물 금리는 4.2%,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31% 수준이다.

지난 8월까지 디딤돌대출 금리가 2.15~3.0%, 버팀목대출 금리가 1.8~2.4%였던 만큼 HUG가 1% 수준으로 보전해준다고 해도 수탁은행들은 큰 폭의 역마진을 감수하고 대출을 진행해야 했다.

결국 HUG는 지난달 30일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금리를 0.3%P씩 인상하기로 했지만 수탁은행들이 여전히 조달금리 역마진을 감수하고 대출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A은행 관계자는 "수탁은행의 역할이라는 게 원래 대출 재원을 주택도시기금에서 받고 취급을 하는 건데 지금은 대출 재원도 은행이 마련하는 상황"이라며 "은행별로 0.5% 정도씩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역마진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4분기처럼 자금 조달 압박이 커지면 정책자금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 데 따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정책자금 대출은 HUG가 일괄적으로 수탁은행에 지시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스스로 재원을 사용했을 때 정부가 비용을 이차 보전해주는 것도 일괄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