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시장 왜곡 우려에도 국고채 인수 경쟁 촉진안 내놓은 기재부..'인센 확보·유지·반납 모두 PD사 선택' - Reuters News
서울, 9월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고채전문딜러(Primary Dealer, PD) 담합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PD제도 개편안은 예상과 달리 경쟁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PD사가 인센티브 확보를 위해 경쟁하든,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만 하든, 라이선스를 반납하든 결국 각자의 선택이라는 기재부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PD제도 개편, 실제 국고채 인수 경쟁 확대에 방점
기재부 PD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발행시장 경쟁 촉진을 통한 국고채 인수역량 강화 방안'이라는 보도자료 제목에 그대로 담겨 있다.
기재부는 앞으로 PD사 실적 평가를 국고채 인수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43점인 PD사 인수 배점을 48점으로 올리고 인수 평가의 기준도 실제 인수실적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연물별 인수결과를 평가할 때 실제 인수물량 외에 '최고낙찰금리 인접구간 응찰 물량'에 대한 의무이행 인정비율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국고채입찰에서 소위 '골대맞추기'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골대맞추기란 실제 국고채 물량을 인수할 의사는 없지만 실적은 쌓아야 하는 PD사들이 최고낙찰금리를 예상한 후 그보다 소폭 높은 금리대에 허수로 응찰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골대맞추기를 통해 실물량 인수라는 부담을 지지 않고도 인수 항목 실적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경우를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기재부는 골대맞추기 인정비율 축소와 함께 실제 인수실적만으로 평가하는 '실인수 가점'을 기존의 3점에서 9점으로 3배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한 PD운용역은 "PD들이 골대맞추기에 매몰돼서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를 감안해 실인수 배점을 확대한 듯하다"며 "비경쟁 옵션 혜택을 당초 일정대로 올해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시장 왜곡 해소 고민 잘 안 느껴져"
하지만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를 촉발한 게 PD사들의 과열된 국고채 인수 경쟁이었음을 지적하며 기재부의 이번 제도 개선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수 년간 크게 늘어난 국고채 발행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PD사의 부담이 가중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PD 업무를 수행하는 데 수반되는 비용을 보전하거나 또 수익을 내기 위해 PD사간 공공자금관리기금 금융지원 확보 경쟁도 격화됐다.
올해 들어 인수 경쟁이 격화되며 국고채 입찰 때마다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를 3~5bp 이상 하회하는 게 반복되자 PD 운용역들이 응찰 물량 정보를 공유해 대응전략을 마련하려다 공정위의 조사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인수 경쟁을 더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기재부의 제도 개선안에 이같은 시장 왜곡에 대한 고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기재부가 내놓은 PD사 공자기금 저리융자 제도 개편안 역시 더 치열한 경쟁 유도로 요약된다.
지금은 PD사 실적 순위 1위부터 5위 그룹과 6위부터 10위 그룹을 나눠 금융지원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1,2위사, 3~5위사, 6~8위사, 9~10위사로 그룹을 세분화해 지원하겠다는 게 기재부 방침이다.
PD의 활발한 진입과 퇴출을 활성화하겠다는 기재부의 복안도 또 다른 경쟁촉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재부는 예비 국고채전문딜러(Preliminary Primary Dealer; PPD)가 2개 분기동안 국고채 호가조성 등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기존 PD보다 높은 평가 결과를 받을 경우 신속하게 PD로 승격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신설하기로 했다.
증권사의 한 PD운용역은 "PD 라이선스를 반납할 사람은 반납하고 할 사람은 하라는 식의 접근같다"며 "결국 PD사의 팔을 비틀어서 조달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결국 PD사에 대한 인센티브와 함께 의무도 축소해 가는 게 맞다"며 "그런데 이번 개선안을 보면 금융지원 받으려면 더 경쟁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 확보·라이선스 유지 여부 모두 PD사 선택일 뿐
다만 기재부 입장에선 PD사간 경쟁을 촉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국고채 발행 여건을 조성하는 게 그 어느 것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진단도 나온다.
일부 PD운용역이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일탈 행위를 한 게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공정한 경쟁 체계 구축을 통해 조달비용을 최소화한다는 PD 제도의 존속 의의 자체는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 입장에선 결국 PD사에 선택의 공을 넘긴 셈이 됐다.
금융지원과 같은 인센티브를 원한다면 바뀐 시스템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되, 비용 부담이 크다면 PD 자격을 유지하는 정도의 운용을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일부에선 기재부가 PD평가를 통한 자격유지 점수를 낮춰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PD 라이선스 반납도 하나의 선택지로 남겼다. 다만 PPD와 PD간 승강 제도를 더 유연하게 운용함으로써 PD사들이 의무를 지나치게 방기할 리스크와 관련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진단이다.
C증권사 PD운용역은 "기재부는 PD사간 인센티브 경쟁이 이번 공정위 조사를 불렀다고 하면 자기들 책임을 인정하는 게 되는 만큼 오히려 경쟁을 강화한 듯하다"며 "열심히 할 사람은 열심히 하고 적당히 할 사람은 적당히 하되 하위 5등은 PPD랑 교체될 수 있으니 알아서 처신하라는 뜻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말이 되면 회사별로 PD 라이선스 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듯하다"며 "결국 각자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