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왜곡된 민간 대출시장과 한은의 한계 - Reuters News
서울, 9월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예상 수준의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와 전날 장막판 조정폭 확대에 따른 반발매수세 유입에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국채선물 매도 헤지를 늘리며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증권사의 움직임이 이날도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널뛰기를 하는 미국 고용지표와 달리 미국 물가지표는 확실히 시장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7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올라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전월보다는 0.2% 올랐는데 역시 시장 예상치 수준이다.
다만 7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달에 비해 0.8% 증가해 예상치(0.7%)를 소폭 상회했고 최근의 호조세를 이어갔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은 크게 줄고 있다. 역기저효과를 반영하며 한, 두달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둔화해 내년에는 2% 수준까지 회복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견조한 고용과 소비 때문에 경기침체론자들이 파산한 미국 시장에선 특별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지금 미국 시장의 프레임은 경기가 언제 고꾸라질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 연방준비제도가 통화긴축 기조의 고삐를 당길 것이냐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처럼 들리겠지만 포지셔닝을 하는 입장에선 전혀 다른 이야기다.
경기침체를 전제하고 있는 프레임은 통화긴축 종료와 함께 빠른 경기부양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내포한다. 경기침체의 시그널과 함께 연준이 빠른 태세전환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다.
반면 경기침체 없는 통화긴축 기조 중단은 그저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프레임이다.
잭슨홀 미팅을 무난하게 넘기고 나서도 미국 국채시장의 랠리가 제한된 이유일 것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좀 더 현실적으로 들리는 한국의 경우 사정은 조금 다르다.
문제는 통화정책의 여력이다. 연초부터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팔을 비틀어 가산금리를 크게 낮춰온 탓에 지금도 사실상 100bp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왜곡된 민간 대출시장의 정상화 없이는 통화당국이 먼저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최근 들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은행채 발행이다.
9월도 되기 전부터 시중은행들이 채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로 유치했던 자금이 10월 이후부터 11월까지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전반적으로 수급이 타이트해지는 가운데 크레딧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상존하고 있고 통화정책 기조의 빠른 전환 기대감마저 사라지니 시장이 무겁다.
연말을 앞두고 여기서 승부를 내보겠다는 곳들이 붙어야 랠리가 펼쳐질 수 있는데 다들 몸조심하는 분위기라 시장에 힘이 없다. 당분간 레인지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