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LG엔솔부터 주금공까지..외평채 이후 꽉 채워진 부채스왑 파이프라인 - Reuters News
서울, 8월3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한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주요 공·사기업의 부채스왑 파이프라인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9월 중순 이후 대규모 부채스왑이 집중되면서 향후 통화스왑(CRS) 시장도 요동칠 전망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9월 이후 외화채 발행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에 수요예측 날짜(윈도우)를 확정해 통보했다. 한국물 외화채의 경우 기재부로부터 윈도우를 받아야 수요예측을 진행할 수 있는데 외평채 발행을 앞둔 기재부가 한 달 이상 윈도우를 내주지 않아 그동안 어느 곳도 외화 조달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재부가 9월 둘째주(잠정)경 외평채 발행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다른 국내 기업들 역시 윈도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재부가 발급하는 윈도우는 통상 이틀씩인데 10월까지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촘촘히 일정이 짜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왑시장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건 부채스왑과 연계된 외화채 발행이다. 당장 9월에만 대규모 외화채 발행이 집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왑시장의 경계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장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건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억 달러 규모 미국 달러 표시 그린본드 발행을 추진 중인데 빠르면 9월 초에도 조달에 나설 준비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 배터리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외화 조달에 나선 것이라면 원화 스왑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현재 시점에선 부채스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예상(9월18일)보다 빠르게 외평채 발행 이전에 외화 조달에 나선다고 해도 부채스왑 비딩은 다음달 15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결제 기간과 추석 연휴 일정 등을 감안할 때 LG에너지솔루션이 이달 말까지는 부채스왑을 해 원화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일정 부분 CRS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9월에 외화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 표시 커버드본드 발행을 준비 중인데 역시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나들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주금공의 외화채 발행 규모만 해도 20억 달러에 달해 CRS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꾸준히 시장을 태핑하고 있는 데다 남부발전 등 공기업과 사모 외화채권 발행도 예정돼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페이 방향 수급이 우세하지 않겠느냐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A국내은행 스왑딜러는 "국고채 30년물 입찰 이후 크로스 시장에 확실히 비드가 많아졌다"며 "자산스왑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외국계은행 중심으로 비드가 꾸준한데 앞으로 대기하고 있는 파이프라인도 적지 않다 보니 일정 부분 대비할 필요는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B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9월 중순 이후 추석 연휴까지 얼마 되지 않는 기간에 20억 달러 정도의 페이 수급이 예정돼 있다면 다들 그때 가서 소화하긴 힘드니 그 전부터 조금씩 준비하려 할 것"이라며 "당장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부채스왑 관련 비드가 나오지 않겠지만 자산스왑이 나올 때마다 잡아먹으면서 금리가 조금씩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빠르게 축소된 스왑베이시스 레벨은 변수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68.5bp에 달했던 5년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은 지난 30일 기준 51.5bp까지 축소된 상황이다. 최근 몇 달간 베이시스 역전폭 하단이 40bp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부채스왑 물량 증가에도 추가적인 축소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왑베이시스가 너무 빠르게 축소될 경우 외화채 발행사들이 예고했던 부채스왑 비딩을 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니, 스왑뱅크들 입장에선 파이프라인만 보고 선제적으로 포지션을 구축하기도 만만치 않다.
C국내은행 스왑딜러는 "최근 자산스왑이 거의 사라졌는데 롤오버가 마무리된 건지 금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는 모르겠다"며 "외평채 발행 이후 파이프라인이 많긴 하지만 기존에 부채스왑 했던 곳들 중에 레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취소해 다친 스왑뱅크들이 있다 보니 이번에도 미리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하고 있는 물량이 워낙 크니까 다들 조금씩 준비는 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레벨부터는 자산스왑도 균형을 맞추면서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