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중국은 왜 경기 부양을 서두르지 않나 - Reuters News
베이징, 8월18일 (로이터) - 중국 경제가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고 부동산 위기가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경제 살리기를 서두르지 않는데 대한 불편한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워낙 불투명하고 느린 의사결정으로 알려진 나라이지만, 투자자, 애널리스트, 외교관들은 중국이 부진한 경제 살리기에 필요한 과감한 조치들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징후를 지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인 문제다.
대만 등의 이슈로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경제 부진을 이유로 중국을 "시한폭탄"이라고 칭하고, "나쁜 사람들은 문제가 있을 때 나쁜 짓을 하기 때문에 이는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응은 왜 이렇게 미온적인 것일까?
여러 중국 관측통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경제적 노력을 제한하고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크리스토퍼 베도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 중국 리서치 부국장은 "올해의 핵심적인 문제는 지도부가 관리들에게 경제 발전과 국가 안보의 균형을 맞추라는 모호한 방침을 내렸다는 점"이라면서 "관리들이 지도부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지 못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때까지 행동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책 마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공산당이 국가에서 민간으로 권력이 넘어갈 수 있는 조치들을 꺼리고 있고, 정부가 시 주석에 충성하는 이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정책 논의와 그에 따른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코로나 판데믹 이후 세계가 다시 문을 열었음에도 제한조치를 고집스럽게 유지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다만 중국은 과거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나 2015년 자본 유출 위기 당시 성장 우려를 억제하기 위해 포괄적으로 대응하는 등 시기적절한 해법을 내놓은 바가 있다.
큰 정책적 변화는 매우 계획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12월에 열리는 경제회의에서 보통 이런 결정들이 이루어진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에 세금 감면이나 정부 지원 바우처 등 소비를 확대하고 기업 심리를 북돋우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과거 경기 둔화 때와 달리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자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에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소수의 서방 정치인들과 언론이 중국의 경제 회복에 존재하는 일시적 문제들을 과장하고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그들은 결국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앞서 경제활동이 부진함을 보여준 지표로 중국이 더 깊고 긴 둔화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 인식의 차이
중국 정부는 한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는 청년 실업률 공개도 중단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술, 교육, 부동산, 금융분야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 단속이 실업률 상승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원은 16일 민간기업의 환경을 "최적화"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관리들에 따르면 민간부문은 GDP의 60%, 도시지역 고용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투자를 촉구하는 관리들과 기업 심리를 저해하는 국가 안보 단속 강화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중국 내 외교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방첩법 강화에 따른 일부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된 것이 하나의 예다.
상무부는 지난달 외국계 기업들과 만나 이 법이 중국 내 기업들에게 보장을 제공하며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고 외교관 등 익명의 소식통 2명이 전했다.
그러나 이 외교관은 보장이라는 것이 정부와 외국계 기업들 간의 "상당한 인식의 차이"를 부각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 요구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쉬청강 스탠포드대 중국경제센터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민간부문의 심리 회복을 위한 조치를 서두르지 않는 데에는 더 뿌리깊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민간 경제가 충분히 강하게 성장하면 전복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런 사고가 시 주석 집권 하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부진한 경제지표가 공개된 후 공산당 기관지는 서구 자본주의 경제 모델에 대한 경고가 담긴 시 주석의 연설을 실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이 연설은 구조적 불균형이나 해결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쉬 교수는 "우리는 어쩌면 오랫동안 활기를 잃은 경제를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