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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전망)-긴축 종료 전망에도 환호성 없는 이유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8. 1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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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월1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예상을 하회한 미국 물가지표를 반영하며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예상밖으로 상승했지만 국내 시장은 롱심리가 좀 더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7월 물가 데이터가 한 가지는 확실히 한 듯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게 됐다는 사실 말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미국의 7월 CPI가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3.3%)를 0.1%p 밑돈 것이다.

시장참가자들이 헤드라인 수치보다 주목했던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7% 올라 역시 시장 컨센서스를 0.1%p 하회했다. 6월(4.8%)보다도 소폭 낮았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라 6월과 상승 폭이 같았다.

근원 CPI가 두 달 연속 0.2%씩 오른 것은 지난 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에도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물가 데이터는 시장에서 연준의 9월 금리 동결을 의심하는 불신자를 사라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 국채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CPI 지표 발표 직후에는 소폭 금리 하락세가 유지됐지만 부진한 30년물 입찰을 겪으며 상승 반전했다. 미국 증시 역시 국채금리 상승세 지속에 유탄을 맞으며장 초반의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예전 같았으면 '드디어 통화긴축이 끝났다'며 환호성을 질렀을 텐데 시장의 반응이 이상할 정도다.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전쟁에서의 승리를 선언하며 통화긴축 종료에 나설 정도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9월에 기준금리가 동결되겠지만 연준 위원들은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라며 단서를 남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에 '스킵이냐, 중단이냐'를 놓고 다시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후 미국 고용과 물가가 나올 때마다 지금 하는 일들을 또 반복해야 한다.

채권투자자들이 지친 것일 수도 있다. 올해에만 벌써 몇 차례나 '이제 드디어 끝나간다'며 설레발을 쳤다가 크게 다치다 보니 다들 학습효과가 생겼다. 여기에 벌써 8월인데 아직도 미국 경기가 괜찮다 보니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도 크게 후퇴했다. 롱베팅이 어려워진 이유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운용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책당국이 당장 가계부채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 국내 경제가 나름 견조하게 버티고 있어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요원해졌다고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채권 매수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에 나름 크레딧 포지션을 채워 넘어온 곳들은 1분기에 큰 수익을 올리긴 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이어진 미국 긴축 종료 설레발과 되돌림에 벌어놓은 걸 상당 부분 까먹었다.

지난해 연말에 크레딧 포지션을 담고 넘어오지 못한 곳들은 그것마저 없다. 연초 랠리에서 배제됐다는 조급함에 더 공격적으로 포지션을 담았다가 오히려 손실을 본 곳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구도 쉽게 포지셔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 전까지 크레딧 시장의 부실이 쌓일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보니 고민은 더 커진다. 만약 올해 연말에 모두가 기다리던 미국 경제의 둔화가 시작되면 국내시장에서든 글로벌 시장에서든 크레딧 시장이 빠르게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세계적인 고금리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크레딧 시장의 혼란 가능성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의 흐름은 분명히 금리 하락을 가리키고 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이 그동안 너무 많이 다쳤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압박도 대내외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금리가 더 높이 가지는 않겠지만 더 오래 갈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시장참가자들의 뇌리에 자리를 잡으면서 포지션이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롱재료가 나왔지만 시장의 민감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