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中 디플레이션 수출 파장 가늠하기 - Reuters News
서울, 8월1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지표 발표에 대한 경계감 속에 제한적인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많은 딜러들이 휴가로 자리를 비워 호가가 얇은 상황이다 보니 뚜렷한 이유가 없어도 소규모 수급 변동에 따라 의미 없는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 경기 부진의 골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발표된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중국의 월별 CPI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2월(-0.2%)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로 집계돼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CPI와 PPI 상승률이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다짐하고 내구재 소비와 민간 투자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세를 돌리기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중국 당국의 리오프닝으로 기대됐던 경기 반등 시나리오가 깨진 이유는 뭘까?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부(-)의 자산효과가 중국 경제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이 인프라 투자 진작책을 쓰기엔 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도 함정이다. 부동산 시장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기대됐던 보복 소비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코로나 사태 당시 정부지원이 소득감소를 보전하거나 가계소득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 했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중국 당국의 지원 규모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혼란과 소비 부진을 감안할 때 이같은 물가하락세가 추세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온다.
유사 디플레이션에 빠진 중국이 낮은 가격의 상품 수출을 늘리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선진국들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020년 이전 10여 년간 글로벌 저물가를 이끈 두 축이 아마존과 중국이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건 국내 경기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하반기 중국 경제의 반등 효과를 기본에 깔고 경제 전망을 내놓았던 것을 감안하면 당장 전망의 하방 불확실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물론 최근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의 상승 흐름, 달러/원 환율의 반등 등 물가의 경로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변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 변동 요인을 제거하고 큰 흐름을 본다면 펀더멘털의 방향은 분명하다.
미국의 7월 CPI 상승률은 3.3%로 6월(3%)보다 상승폭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저효과 때문이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이 향후 미국 물가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당장은 높은 주거비, 에너지, 헬스케어 비용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미국 국채 발행량 증가가 하반기 시장을 압박하겠지만 미국 국채 10년물 4.2% 위에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터졌던 것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미국 통화당국도 시장금리의 추가 상승에 따른 편익이 크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당장 국내 시장금리 레인지가 깨질 만한 재료는 보이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금리의 추세 하락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