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추경 없고 연말 물가 2% 중반이라는 정부 입장과 통화정책 - Reuters News
서울, 7월1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하락 여파로 소폭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금리가 레인지 하단에 근접해 있어 장중 매물 압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힘으로 시장을 캐리하는 흐름이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물가까지 분명한 피크아웃이 확인되면서 연내 국내 금리인상 주장은 빠르게 퇴색했다.
미국의 통화긴축 종료 시점에 대한 설왕설래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라 기준금리 3.5%가 견고한 레인지 하단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매수가 편하다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 하나는 정부의 물가 안식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입장이다.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내놓은 바 있다. 한은이 지난 5월말 내놓은 전망치(3.5%)보다 0.2%나 낮다.
한은이나 정부나 전망을 위해 보는 지표가 비슷하고 올해가 이제 6개월 여밖에 남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물가전망치 0.2%p 차이는 적지 않다.
전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농산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일부 채소값이 일주일 새 40% 가까이 올랐지만 물가 하향 안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공주 수해 현장을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장마와 폭염, 폭우는 반복적으로 있어 그 자체가 큰 물가 기조를 흩트리는 것은 아닌데 이런 현상으로 8월 수급 불안이 있고 9월에는 추석이 있어 그때 가격에 변동이 생긴다"면서도 "전반적으로 (9월) 이후에는 2%대 중반대로 갈 것이라는 게 현재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이달까지 하락한 후 연말까지 추세적으로 반등해 3% 내외까지 이를 것이라는 한은 전망과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다.
정부 전망에는 한은이 올해 84달러로 예상한 유가 전제치가 너무 높다는 판단이 반영됐을 것이다. 중국 경기 부진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깊은 것도 감안했을 것이다.
현재 경제 전 부문에 '이권 카르텔'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정책 아젠다를 실현하고 있는 정부의 행동력을 과소평가할 수도 없다. 라면값 등 물가 바스켓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을 직접 저격하면서 하반기 물가가 정부의 전망대로 나오도록 강력한 드라이브를 펼 가능성이 엿보인다.
여기에 대규모 수해복구비용까지 예상되는 현 시점에도 추경은 없다는 추경호 부총리다. 이렇게 되면 '추경 불가'는 30조원 추경을 주장하는 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세입경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수가 모자라도 부채를 끌어와 결손분을 채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고여유자금이나 예비비에 한은 대출까지 다 끌어들여서 부족분을 메운다는 건데 현재 정부의 세수감소 추계가 25조 원이라는 게 함정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세수결손 규모가 6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과연 대규모 세출 삭감을 시도할지 관건이다.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 때문에 말은 못하겠지만 내년 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시 정부의 물가 전망을 곱씹어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부의 예상대로 올해 연말 물가상승률이 2% 중반 수준에서 안정화된다면, 경기는 악화되는데 재정으로 돈을 풀 생각이 없다면 통화정책 완화 압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다시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웬만한 정부라면 이 정도 규모의 수해 국면에서 입장을 조금 유연하게 가져갈 듯하다.
하지만 이 정부는 뭔가 다르다. 정책 아젠다에 대한 입장이 하나 정해지면 교조적으로 추수하는 모습이다.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정부, 또는 정권 내에서 이뤄지면 전광석화처럼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