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美 인상 대기·대규모 선물환에도 견조한 FX스왑 비드..달러 유동성·한미 금리차 인식 변화 - Reuters News
서울, 7월19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최근 일부 중공업체를 통해 대규모 선물환 관련 오퍼까지 나오고 있지만 FX스왑포인트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 달러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향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FX스왑 시장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규모 선물환에도 FX스왑 비드 탄탄..'넘치는 달러 유동성'
지난 18일 외화자금시장에서 1년 만기 FX 스와프포인트는 전장보다 0.20원 오른 마이너스(-) 28.80원에 거래됐고 6개월물은 전장보다 0.10원 하락한 -14.70원에 거래됐다. 1개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0.05원 상승한 -2.25원을 나타냈다.
17일부터 1년 이하 테너로 대규모 선물환이 이어졌지만 FX스왑포인트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18일엔 오히려 비드가 우세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선물환이 5억 달러 이상 출회된 17일에도 1년 만기 FX 스왑포인트가 0.50원, 6개월물이 0.40원, 1개월물이 0.15원 하락하는 등 낙폭이 제한적이었다.
주초 삼성중공업이 총 3조9593억원 규모 컨테이너선 수주를 발표한 데다 하반기 중공업체 관련 수주 대기 물량이 적지 않아 수급만 보면 FX스왑포인트는 하방이 우세해 보인다.
더구나 현재 175bp까지 벌어져 있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추가로 확대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설문조사에 참여한 106명의 이코노미스트 전원은 이달 25~26일 정책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Full Story)
이같은 여건에도 FX스왑포인트가 쉽게 눌리지 않는 건 그만큼 은행권 전반의 달러 유동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잠정치는 124.7%로 규제기준인 80%,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평균치(115.2%)을 모두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42.6% 최고치를 찍은 이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양적긴축(QT)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시장에 달러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국내은행들은 최근까지도 외화차입금을 급격히 늘려오고 있다.
정부가 해외 배당소득 과세 방식을 비과세로 바꾸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유보금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부분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6월 초에 주요 계열사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 59억달러(7조8000억원)을 국내에 유입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전자 역시 지난 1분기에만 해외법인 배당금 수익 8조4400억원을 국내로 들여왔다. 지난해 1분기(1275억원) 대비 급증한 숫자다.
▲대내외 통화정책 분기점..한미 실세 금리차 축소 가능성
이렇게 유입된 자금들은 통상 단기로 운용되기 때문에 FX스왑시장의 수급을 떠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A외국계은행 대표는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대기업 자금은 짧은 FX스왑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이게 한은이나 기재부 자금 롤오버 규모가 줄어드는 걸 상쇄했다"며 "중공업체 플로우가 나오고는 있지만 긴 테너로 부채스왑이 계속 나오면서 단기자금시장에 영향을 주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환은 있지만 보험사의 해외 신규투자가 여전히 멈춰 있다는 것도 달러 수급의 균형을 맞추는 요인"이라며 "미국의 QT가 본격화되면 달러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봤던 국내은행들이 많았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수급에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B국내은행 자금부장은 "기업의 외화자금이 예전보다 두 배 정도로 늘어난 듯하다"며 "이 자금은 수시로 입출금되기 때문에 한 번 확 빠지면 다시 들어오는 데 한참 걸리는데 지금은 높은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은행들은 한번에 20억~30억달러씩 빠져도 채워 넣을 단기자금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통화긴축이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상황이다 보니 달러 유동성 사정이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연준이 이달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FX스왑 시장엔 오히려 선반영 인식이 강한 모습이다.
현재 물가 안정화 추세와 완만한 경기둔화 흐름을 감안할 때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한미 실질금리차는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C국내은행 스왑딜러는 "FX스왑포인트의 방향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턴어라운드'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듯하고 한미 금리차는 앞으로 줄어드는 쪽으로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캐리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정책기조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D국내은행 스왑딜러는 "미국이 금리인하를 하기 시작하면 한국보다 빠르게 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화긴축의 시대에 달러를 이 정도로 쟁여놓았는데 향후 완화 국면이 도래하게 되면 외화자금시장 분위기도 생각보다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의 A외국계은행 대표는 "달러 유동성만으로 스왑포인트가 올라가는 건 한계가 있다"며 "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려면 한국의 크레딧이 급격히 제고되거나 베이시스가 축소될 여건의 변화 또는 금리정책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기준금리 정책은 당분간 현재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보지만 현재 스왑포인트가 한미금리차를 200bp 인상까지 반영하고 있는 데다 향후 시장 실세금리의 내외금리차는 줄 수 있는 만큼 시장이 먼저 반응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