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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한은의 '연말 CPI 3% 안팎·근원물가 전망 상회' 커뮤니케이션이 말하지 않는 것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7. 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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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월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며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하반기 통화정책 운용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와 관련해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채권시장에선 한은의 커뮤니케이션보다 지표 자체에 집중할 경우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 한은의 '연말 3% 안팎 CPI·근원물가 강조' 커뮤니케이션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지난달(3.3%)보다 둔화폭이 가팔라졌고 시장 컨센서스(2.85%)도 하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세(0.0%)를 보였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주목할 부분은 근원물가다. 6월 근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 상승해 역시 6월(3.9%)보다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근원물가의 더딘 하락 속도를 지적했지만 6월에는 CPI와 근원물가가 함께 급락하며 우려를 덜었다.

하지만 한은은 6월 물가지수 발표에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큰 폭 둔화를 이미 예상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데 따른 기저효과와 국제유가 등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8월부터 물가상승률이 다시 올라 연말 소비자물가가 3% 안팎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 한은 커뮤니케이션이 말하지 않는 것

하지만 한은의 물가 전망 시계를 내년 초까지 확장하면 그림이 달라진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진단이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 발표 당시 내년 상반기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물가상승률이 이달 2%대 초중반까지 떨어진 후 연말에 3% 안팎까지 상승한다고 해도 한은 전망대로라면 산술적으로 내년 초 다시 2% 안팎까지 떨어져야 한다. 올해 초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현재의 모멘텀 등을 감안한 전망이다. 향후 도래할 CPI의 하향 안정화 추세가 한은 전망 안에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 물가 하락 모멘텀이 예상보다 강한 데다 당초 한은의 전제치보다 낮은 수준의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어 CPI 전망 자체를 하향 조정할 압력도 커질 수 있다.

한은이 우려 요인으로 꼽았던 근원물가 역시 커뮤니케이션과 실제 전망 간에 괴리가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3.8%, 하반기 2.9%를 기록해 연간 3.3%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전망의 상방 조정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오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가 합산되면서 상반기 근원물가가 3.9%를 기록함에 따라 향후 근원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다.

하지만 근원물가의 추세 자체를 보면 딱히 우려할 분위기는 아니다.

6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3.5%인 상황에서 하반기 2.9% 전망 수치가 현실화되려면 빠른 시간 안에 2%대 상승률이 나타나야 한다.

현재의 모멘텀과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근원물가 상승률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에 2%대에 진입한 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는 경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폭 상승 흐름을 탄 소비자물가와 하방 압력이 유지된 근원물가 상승률이 다시 역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이 기대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협을 강조하는 키워드를 앞세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지표 흐름을 보면 물가 안정 추이를 의심할 만한 변수는 줄어들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점을 예상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A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돌발변수가 없다면 물가의 하향 안정화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로 가면서 CPI와 근원 물가상승률이 '크로스'되면 근원물가 노래를 불렀던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스탠스에 뭔가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하면 시장에선 금리인하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내년 1월이나 2월 정도가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10월이나 11월부터 먼저 움직일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B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이번에 CPI가 예상을 하회해서 다음달에 2.3~2.4% 정도 나온 후 반등해도 연말에 2.9% 정도일 것"이라며 "근원물가도 다음달에 3.1~3.2% 수준으로 빠지고, 곧 3% 아래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세수가 펑크나도 재정은 쓰지 않으려 하고 성장률은 1%대 초반에 물가가 잡혀가면 정책당국의 선택은 통화완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환율이 여전히 중요해서 통화당국이 신중히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C외국계은행 대표는 "시장에 내년 1분기 금리인하 콜이 늘고 있지만 현재 물가 추이를 감안할 때 11월 금리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역외 기관들도 거시 지표를 봤을 때 한국 금리 수준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