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유로클리어 일정표에 춤추는 韓 WGBI 편입 일정..2024년vs2025년 엇갈리는 전망 - Reuters News
서울, 7월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 개설이 빨라야 올해 연말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일정 계산표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일단 내년 3월 WGBI 편입을 위한 FTSE러셀의 등급 조정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2025년까지 일정이 밀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韓 정부 계산 엇나간 유로클리어 행보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 개설 지연은 현재 한국 정부의 WGBI 편입 시도에 최대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비거주자·외국법인의 국채·통화안정증권 투자 비과세 추진 의사를 밝히며 WGBI 편입 추진 시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부터 외국인 국채 이자·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시행한 기재부는 유로클리어 등 ICSD가 올해 초 국채통합계좌를 개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 FTSE러셀의 등급 조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FTSE러셀은 지수 운용을 위해 국가를 분류할 때 국가별 시장 접근성을 레벨 0~2로 구분하고 레벨 2 국가만 WGBI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장 접근성이 레벨 1이었던 한국은 지난해 9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되면서 향후 시장 접근성 레벨 상향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평가받게 돼 3월부터 WGBI 공식 편입이 가능한 레벨 2 국가로의 등급 상향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WGBI 공식 편입이 가능한 레벨 2 국가로 등급 조정을 받더라도 실제 편입이 이뤄지기까지는 6개월~1년이 추가로 소요된다.
한국의 경우 2023년의 절반이 지난 현재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 개설은커녕 언제 개설이 가능한지와 관련한 일정표조차 공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특정 국가가 유로클리어 등 ICSD와 업무 협의를 개시한 후 국채통합계좌를 개설하기까지는 최소 2년 정도가 걸린다. 예탁원이 지난해 8월부터 유로클리어 등과 업무협의를 개시한 만큼 정상 일정표대로라면 내년 8월 정도에야 국채통합계좌 개설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와 예탁원은 지난 2009년에 이미 국채통합계좌가 개설된 적이 있는 만큼 통상 일정표보다 빠른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유로클리어 역시 한국의 경우 국채통합계좌 개설을 '패스트 트랙'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기대감을 키웠다.
실제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당초 예상과 달리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 개설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WGBI 편입을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정표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최근 시장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내년 3월 FTSE러셀의 등급 조정을 목표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선 유로클리어를 통한 국채통합계좌 이용이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내년 3월보다는 9월에 FTSE러셀의 등급 조정을 기대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다만 유로클리어 관계자가 시장참가자들의 문의에 올해 연말경 국채통합계좌 개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내년 3월 등급조정 기대를 완전히 접을 수도 없다.
유로클리어는 올해 3분기 중 한국의 국채통합계좌 개설을 위한 시간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FTSE러셀 등급 조정, 내년 9월 기대 현실적..2025년까지 밀릴 가능성도
시장참가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또 있다. 국채통합계좌 개설 이후 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는 시기까지 필요한 시간이다.
시장참가자들이 국내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 부분에 무게를 둘 경우 FTSE러셀의 등급 조정 심시가 더 신중히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당국이 지난 2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제3자 FX 외에 중요한 외환시장 개선 조치들의 시행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잡은 만큼 내년 하반기가 지나야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에 대한 유의미한 투자자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시장참가자들 입장에선 FTSE러셀이 내년 9월에 한국의 등급조정을 발표하고 2025년 3월에 WGBI 편입이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일정이 한 클릭씩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올해 한국의 WGBI 편입이 어려워진 것을 대다수 시장참가자들이 인지하고 있어 당장 관련 이슈가 포지션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 개설 일정과 맞물리며 내년 초 금리 방향성과 수익률곡선 움직임 등에 영향을 미칠 재료라는 지적도 나왔다.
A외국계은행 서울지점 대표는 "유로클리어에 손님들이 물어보니 국채통합계좌 개설 시기가 올해 말 정도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스케줄대로 갈지 더 밀릴지는 지켜봐야 알 듯하다"며 "기재부는 내년 3월 등급조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WGBI 편입 지연으로 동요를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며 "통합계좌가 개설된다고 해도 활성화까지 시간이 걸리고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도 엔드유저 관심이 많은 이슈다 보니 내년 중 FTSE러셀의 등급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반반으로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B외국계은행 트레이더는 "한국의 올해 WGBI 편입이 이미 물건너갔다고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다 보니 당장 해당 이슈가 개별 하우스의 포지셔닝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듯하다"며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 개설 스케줄 발표에 따라 내년 초에 다시 한 번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지 등이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