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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일부 PD사 국고채 응찰물량 정보 교환 정황..'승자없는 전쟁' 책임 논란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6. 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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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월2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증권사들의 국고채전문딜러(PD) 관련 업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채권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일부 PD운용역들이 국고채 입찰 전에 응찰물량 관련 정보를 교환한 정황을 의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국고채 입찰과 시장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 증권사 PD 업무 조사..국고채 응찰물량 정보 교환 정황

채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PD 라이선스를 가진 증권사들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 분야 독과점 폐해를 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체 업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PD 업무와 관련한 일부 의심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정위 조사관들이 이미 사전에 인지한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정위가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국고채 입찰 직전 일부 PD운용역들이 당일 반드시 받아야 하는 수량과 관련해 사전 파악을 한 정황이다. PD운용역들이 개별사들의 수요를 일부 공유해 입찰 분위기를 사전에 파악하려 시도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 이하 국채 입찰 때마다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를 3~5bp 이상 하회하는 게 반복되다 보니 PD 운용역들이 응찰 물량 정보를 공유해 대응전략을 마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부분이다.



▲PD사 '제살 깎아먹기 경쟁' 후폭풍

상황이 여기에 이른 건 올해부터 과열된 PD사들의 국고채 인수 경쟁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2019년 100조원 수준이었던 국고채 발행량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170조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작년에도 정부는 168조원이 국고채를 발행했다.

국고채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기재부는 PD사의 적극적인 인수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았다.

특히 기재부는 2021년부터 PD 분기평가 상위 5개 PD사와 실적 수 PD 1개사에만 제공했던 공공자금관리기금 금융지원을 분기평가 상위 10개 PD사로 확대했다.

PD사간 실적 평가에서 가장 큰 차이를 내는 부문이 국고채 인수다 보니 정부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국고채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유인책을 써야 국고채 발행 물량이 어렵게나마 소화되던 분위기는 올해가 들어 급격히 변했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금리도 하락세로 돌면서 지난해까지 PD 업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곳들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국고채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PD사들이 늘어나다 보니 물량 확보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기준금리가 3.5%까지 올라오면서 PD사들이 공공자금관리기금 금융지원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더 커졌다는 점도 인수 경쟁을 키웠다.

하지만 국고채가 시장금리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계속 낙찰되면서 PD사들이 큰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PD사들이 국고채를 인수하는 데 따른 손실을 정부의 금융지원만으로 상쇄하기 어렵게 됐는데, 그나마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선 정부의 금융지원이라도 받아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PD 업무 위축 불가피.."결국 손해 보는 건 정부" 지적도

국고채 인수에 따른 손실이 커지는 시점에 PD운용역들이 응찰물량과 관련한 정보 교환을 했을 가능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다만 어떤 PD사들도 국고채 인수를 통해 이렇다 할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담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코로나사태 이후 대규모로 늘어난 국고채 발행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했던 PD간 인수 경쟁을 공정위가 협의의 담합 개념을 끌어들여 조사에 나선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PD 업무 전반의 위축이 국고채 인수 기반 약화로 이어지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정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PD 제도는 대규모 국채 공급물량을 강하게 발행하는 데 맞춰져 설계된 부분이 있다"며 "PD사간 과열경쟁을 막는 쪽으로 제도가 다시 설계돼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국고채 인수를 통해 이익을 본 게 아니라 담합 이익이 없는 만큼 과징금을 뭘로 할지도 의문"이라며 "당장 위쪽에서 PD를 뭐하러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결국 증권사들이 고유자금으로 입찰에 들어가는 게 축소되고 낙찰금리는 올라갈 것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금 PD업무를 하다가 손해본 사람들이 조사받는 상황이 되다 보니 안타깝다"며 "기재부가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는 와중에 이익에 대한 큰 기대없이 큰 손실만 보지 말자며 PD업무를 해왔던 곳들 입장에선 다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전개"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다음주부터 국고채 입찰에 영향이 있을 듯하다"며 "앞으로는 기재부가 원하는 스케줄대로 발행하는 게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