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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금리 5bp에 물고 물린다..외화채 발행사vs스왑뱅크 '부채스왑 눈치게임'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6. 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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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월2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외화채권 발행사들과 스왑뱅크들이 부채스왑 비딩 시점을 두고 벌이는 눈치게임이 격화되고 있다.

외화채를 발행한 후 부채스왑을 한 것과 원화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 사이에 비용 격차가 크게 줄면서 소폭의 마진을 두고 발행사와 스왑뱅크가 물고 물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 외화채 발행사들의 변칙 부채스왑..시장 선반영 불만

최근 스왑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건 SK온의 변칙 부채스왑이었다. SK온은 지난 5월 초 3년 트렌치로 9억 달러 규모 발행했다. 당초엔 SK온이 외화채 발행과 동시에 달러 현금 흐름을 원화 현금 흐름으로 바꾸는 부채스왑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외화채 발행 직전 갑작스럽게 부채스왑 연기를 통보해 스왑뱅크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SK온의 부채스왑과 관련한 설왕설래는 근 한 달간 이어졌다. 결국 SK온은 5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6개의 은행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부채스왑을 진행했다. 해당 기간 중 미국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한 반면 국내 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SK온 입장에선 조달비용을 일정 부분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GS칼텍스의 경우 부채스왑 비용을 이유로 예정했던 달러화 채권 발행을 아예 연기한 경우다. GS칼텍스는 당초 이달초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고 스왑뱅크들에게서 가격제안서를 받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을 이유로 발행 연기를 통보했다.

통상적으로 발행사들의 외화채 발행이 확정되면 스왑뱅크들이 부채스왑 플로우를 예상해 미리 비드를 내놓는 경우가 많아 CRS 금리 상승폭이 커지곤 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발행사들이 이같은 시장의 선반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부채스왑 일정 등을 수시로 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 조달비용 민감해진 발행사들..스왑뱅크들 "대응 더 어려워질 듯"

해외통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 등은 서울장이 아닌 유럽장이나 뉴욕장에서 외화채를 발행한 후 스왑뱅크를 통해 현금흐름을 원화로 바꾼다. 발행사 입장에선 채권발행수수료에 더해 부채스왑 비용까지 감수해야 했지만, 외화채를 통한 원화환산 조달비용이 원화채보다 50~100bp나 낮았던 시점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500bp에 달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이후 외화채 조달을 통한 자금조달비용 감소 효과가 거의 사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발행 당일의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외화채를 통한 원화환산 조달비용이 원화채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경우도 생기다 보니 발행담당자들이 시장 움직임에 극도로 예민해진 것이다.

지난해 연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국내 신용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국내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학습효과도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공기업의 한 발행담당자는 "외화채 조달비용이 원화채로 조달하는 것보다 50bp 이상 낮을 때는 시장금리 변화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당일 금리 변화에 따라 오히려 원화채 조달보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며 "시장에선 발행사들이 트레이더처럼 군다고 하지만 발행사들 입장에선 금리 5bp 움직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국내은행 스왑딜러는 "발행사들이 트레이더처럼 군다기보다는 다들 조달비용에 민감한 상황으로 봐야 할 듯하다"며 "기업들 전체적으로 현금성 자산이 많이 줄다 보니 5bp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B국내은행 자금부장은 "국내기업들 입장에선 그동안 워낙 현금도 많았고 시중 유동성도 좋다 보니 자본시장으로 너무 치우쳐 있었다"며 "그러다가 지난해 연말 자금시장이 망가지면서 상당히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경험이 있다 보니 다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예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왑딜러들 입장에선 외화채 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포지션을 잡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당장 이번주로 예고된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외화채 발행은 물론 부채스왑 여부 모두 베일에 쌓여 있다. 다음주 한국도로공사뿐 아니라 다음달 동서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두산, LG화학 등의 발행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부채스왑 대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국내은행 스왑딜러는 "지금은 부채스왑에 대비해 포지션을 잡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며 "발행사들이 언제든 다음에 하자고 통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달은 분기말 자산스왑 물량과 맞물리며 수급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다음달에 대기물량이 많다 보니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