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매파 금통위 지속의 조건과 대통령의 스타일 - Reuters News
서울, 6월1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글로벌 금리 급등, 매파적으로 평가받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의사록 내용 등을 반영하며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뚜렷한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3.5%를 전후로 매수, 매도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월대비 0.1%, 전년 대비 4.0% 상승하며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근원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3% 상승했다.
이번 물가 발표로 바뀌는 것은 없다. 물가 둔화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견조한 고용과 3개월 연속 0.4%씩 오른 근원물가가 여전히 '목 안에 가시'인 상황이다. 물가지표 발표전 6월 동결 가능성을 75%로 반영하던 시장은 이제 90% 이상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물가지수 발표전 70%였던 7월 금리인상 전망은 이제 64%로 소폭 떨어졌다.
미국 경기둔화의 골이 예상보다 깊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대로라면 6월이나 7월이 아니어도 연말에 한 두번 정도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당초 예상대로 연방준비제도가 9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경제지표가 충분히 달궈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늦어질수록 우리도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게 현재 채권 롱포지셔너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부분이다.
전날 발표된 5월 금통위 의사록은 새로 합류한 두 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위원들이 현재 통화정책 기조 유지에 큰 이견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떨어지고 경기는 반도체 업황 사이클을 따라 예상 수준의 둔화 속도를 보이고 있으니 당장 급하게 기조를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한미금리차 확대에 따른 원화의 급격한 약세 우려가 현존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는 모습도 금통위원들의 스탠스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정부가 '아직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없다'고 목놓아 외치는 상황이다. 금통위가 경기 둔화 속도 제어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추경 불가피론이 제기될 정도의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추경 추진이 본격화되더라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논란과 맞물리면 시장금리의 방향성을 예단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두 번 더 인상한다고 해도 현재 국내경제, 정치적 여건을 감안할 때 국내 통화당국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 종료 시그널만 확실하다면 국내 통화당국이 다른 나라보다 일찍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
한 번 결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정부가 경기 쪽에 분명한 우선 순위를 두고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통화당국이 느낄 부담은 예상 이상일 수 있다.
기준금리 위에서 시장금리가 당장 추세적으로 상승할 국면은 아니라고 보는 이유다. 앞으로 한, 두달 정도는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겠지만, 현재 금리대에서는 포지션을 꾸준히 쌓아가는 게 맞는 전략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