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황소의 진격vs전망치 낮아지는 유가 - Reuters News
서울, 6월1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물가지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경계심리를 반영하며 제한적 범위에서 등락할 전망이다.
전날 외국인이 대규모로 10년 국채선물을 매수했지만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번 FOMC 회의가 매파 동결로 귀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 심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된다고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하반기에 추가 인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수가 편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두 번을 올리면 우리도 한 번은 올리지 않겠느냐는, 또는 금리인하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정책기조 전환을 염두에 둔 선제적 포지셔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채권 투자심리가 압박을 받는 데는 주식시장의 견조함도 한 몫 하고 있다.
S&P 500 지수는 지난주에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기술적 강세장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주식 랠리에 대한 월가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수혜주가 먼저 비상한 상황에서 다른 섹터 주가들이 키를 맞추며 주가가 추가로 오를 여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번 반등이 1940년대 대폭락 직전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모건스탠리 같은 곳들도 있다.
국내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황소의 진격을 무심히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예전 같으면 3.5% 기준금리 수준이면 다들 죽는다고 난리가 났을 텐데 시장 심리의 가늠자인 주식시장이 너무 견조하다. 이렇게 주식이 견조하면 부동산이라고 얼마나 더 조정을 볼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워낙 좋다 보니 미국쪽 대출 축소 영향이 파급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도래한다는 주장에 힘이 잘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채권을 팔 때인가를 고민해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지난 2년여간 나타난 극단적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제 에너지가격의 움직임 때문이다. 코로나사태 당시 인플레이션에 또 다른 지분을 차지했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애초에 정상화된 가운데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발표했지만 불과 1주일 만에 관련 뉴스에 따른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다시 70달러 아래(WTI 기준)로 내려왔다.
올해 유가가 다시 100달러까지 간다던 골드만삭스는 최근에만 세 차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했다.
서방국가들의 제재에도 러시아의 석유 공급이 정상화된 게 결정적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부진으로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연중 최고 수준의 석유 수요가 예상되는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유가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듯하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글로벌 물가 압력의 둔화 흐름이 급격히 꺾일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차는 있겠지만 경기 둔화 압력도 조금씩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달러/원 환율의 빠른 안정으로 통화당국의 정책 여력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때문에 우리가 한 번 더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가동하기에는 펀더멘털 여건이 받쳐주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3.5% 위에서 딱히 매도할 유인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당장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라 3.4% 밑에서는 호흡이 달릴 수밖에 없다.
당분간 3.4~3.5%대 좁은 박스권 움직임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