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Clipping◆

(초점)-외국계은행 헤드들이 본 삼전·하이닉스 주가 반등과 환율·통화정책 경로 - Reuters News

폴라리스한 2023. 5. 31. 14:17
반응형

서울, 5월31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가운데 관련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이끄는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가이던스도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생성형 AI 개발을 위한 기업간 경쟁이 격화되면 관련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국내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의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같은 기대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동향에서도 감지된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총 12조498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 중 약 75%에 달하는 9조2754억원을 삼성전자에 쏟아부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D램이다. 시장의 주력 D램 상품이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에서 DDR5로 전환되는 시점에 HBM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향후 반도체 업황은 올해 국내경기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 만큼 채권, 외환투자자 입장에선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하반기 경기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반도체 경기는 작년 말만 해도 한 3분기 정도가 저점일 거다 이런 전제가 굉장히 컸는데 지금은 4분기 정도를 저점으로 보고 있고 몇 가지 좋은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간다든지 해외의 돈이 들어오는 것도 반도체 경기 저점을 기대하는 것들이 같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화 채권과, FX,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외국인 고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외국계은행 헤드들은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비상에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한국 경제 펀더멘털의 방향성에 대한 대내외 인식이 당장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IT경기 부진과 중국 리오프닝 파급효과 지연으로 경제둔화 압력이 커지면서 한국이 주요국 중 상대적으로 일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컨센서스 역시 유지되고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다만 국내 통화정책의 경로는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일찍부터 베팅에 나선 곳들이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향후 한국 경제의 향방을 중국 경제의 '퍼포먼스'와 연계해서만 보려는 시각에 변화가 생기면서 위안화와 원화간 상관도가 다소 떨어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A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주식시장은 결국 스토리만 그럴 듯하면 따라가는 것이고 실제로 실물경제가 그 스토리를 따라갈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최근 미국장 역시 대형 기술주 중심의 강세일 뿐이고 러셀2000지수 등 중소형주는 거의 쫓아가지 못하는 등 건강하지 못한 흐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고객들의 경우 한국이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인하할 것이라는 견해가 강했는데 미국이 6월 또는 7월에 거의 확실히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다소 뻘쭘해진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시장이 어딘가 부러질 때까지 통화정책이 또 간다는 건데 큰 줄기는 올해 4분기냐 내년 1분기냐의 게임인 듯하다"고 말했다.

B외국계은행 대표는 "국내 반도체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구조적이냐 여부는 향후 환율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며 "연초에는 삼성전자 쪽으로만 외국인 자금이 몰렸는데 엔비디아와 협력관계가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최근 관심이 커진 모습이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그동안 상당한 안 좋게 봤던 역외 장기펀드가 최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이제는 위안화 셀오프가 나온다고 해도 원화를 같이 숏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닐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C외국계은행 트레이딩헤드는 "FX스왑이나 크로스 쪽 손님들 중에는 국내 반도체 업황 관련해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는 손님은 없다"며 "주요국 중 한국이 가장 먼저 인하할 거라는 기대감은 계속 있었는데 여기엔 국내 통화당국이 경기둔화에 따른 압박을 못 견디고 결국 인하하지 않겠냐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들 기대대로 되려면 미국이 동결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국내 통화당국이 몇 달 버티다 인하하는 흐르이 돼야 하는데 앞으로 미국이 또 올리면 한국은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며 "아직은 방향에 대한 정립이 다들 되지 않아 그냥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외국계은행 대표는 "FICC(채권·외환·상품)쪽 고객들의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견해가 바뀐 건 아직 없어 보인다"며 "앞으로 반도체 업황은 AI 등 테마와 D램가격의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오히려 미중 갈등과 투자규제 등 외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고 있고 한은은 GDP 전망을 계속 낮추는 등 모두의 예상대로 가고 있는데 주식시장을 보고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일부 FX관련 고객들 중 일부가 지분 투자나 직접투자 이야기를 하는 등 이전보다 관심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