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레고랜드 사태 직전 데자뷰와 믿을 구석 - Reuters News
서울, 5월24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전날 조정폭 과대 인식에 소폭 강세 출발한 후 장중 외국인 매매에 연동하며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은 예상 수순을 밟고 있다. 협상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며 시장에 들쑥날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협상의 주도권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면서 각각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적 디폴트에 따른 파장이 워낙 큰 만큼 협상 당사자들이 판을 뒤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채권투자자들의 진단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장은 비관론이 우세한 하루였지만 채권시장이 테일리스크를 크게 반영하기보다는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 움직임을 이어간 이유다.
미국은 부채협상이 끝나면 다시 금리인상을 놓고 티키타카를 이어갈 것이다. 연방준비제도가 6월에 정책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당분간은 '끝난 건지 아닌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실제로는 9월부터 금리인하가 가능하겠느냐를 놓고 시장과 중앙은행간 일진일퇴 공방이다.
국내시장 역시 펀더멘털 등을 감안할 때 10월 또는 11월 금리인하 여부를 놓고 시장과 한국은행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금리 박스권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변수는 단기 자금시장과 크레딧물이다. 대규모 은행채 만기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조정 가능성에 대응해 은행들의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시중자금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총재의 '단기 금리 과도' 발언 이후 나타난 지난주 지준 대란 이후 은행들의 타이트한 자금 운용이 전반적으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채권 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이 현저한 상황에서 자금이 꼬이다 보니 단기 금리가 거칠게 오르고 있다.
은행채가 자금의 블랙홀이 된 가운데 이전부터 쉽지 않았던 크레딧물 거래가 막히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스프레드가 급격히 줄며 불안 요인을 떨어낸 듯 보였지만 한은의 여유로운 지준관리에 기댄 우호적 유동성 여건이 사라지니 민낯이 드러난 크레딧 시장의 현주소다.
여기서 신용 이벤트가 한 차례라도 발생한다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10월과 달리 지금은 일단 국내 통화긴축이 종료된 상황이다. 이 총재가 어떤 말을 하든 향후 통화당국의 선택지에는 동결과 인하만 올라가 있을 것이다. 은행채든 다른 크레딧물이든 패닉 셀링으로 이어진다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한 번 겪었던 정책당국이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게 합리적이다. 뭔가 터지기 전에 일단 사태를 수습하려는 시도가 나올 것으로 기대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모두가 크레딧물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보니 외국인이 조금만 밀어도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금통위 결과도, 채권시장의 방향도 이 단기자금시장과 크레딧물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