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딜러들의 가장 큰 두려움 - Reuters News
서울, 5월2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부채한도 협상 결과 발표에 주목하며 변동성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금리 상단 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롱심리가 다소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선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든 공화당이든 너무 쉽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적 디폴트에 대한 양측의 부담감이 너무 크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태가 봉합될 것이라는 데 대해선 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공화당 매카시 하원 의장은 "실무단 협의 이후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며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에서도 통과시키려면 이번 주에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일차적 파장은 주식시장의 랠리일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어닝이 나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소비나 고용이 아직 견조한 상황에서 주식 랠리가 이어지면 경기침체론이 희석될 수 있다. 향후 미국의 경기침체를 주장하는 가장 큰 논거는 은행의 대출축소에 따른 신용 위축인데 그 영향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단기적으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량 확대로 수급이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연준 매파들은 여전히 '통화긴축이 종료됐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으르렁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국채시장이 납작 엎드려 있는 상황이다.
한국 채권은 어떨까? 은행채 발행 확대와 단기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전반적인 수급이 압박을 받고 있다. 연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어려워지면서 하반기 수급 개선 기대감도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여건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시장참가자들의 인식이다.
지난 4월 3.7%까지 둔화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 3%대 초반까지 낙폭을 키운 후 다음달 중 2%대 진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5%로, 4월(3.7%)보다 0.2%p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 4.0%에서 3월 3.9%, 4월 3.7%, 5월 3.5%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는 반도체업종을 중심으로 여전히 부진한데 중국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한은이 이번에 시나리오 경제 전망을 다시 꺼내들겠다고 예고한 것도 결국 중국 관련 불확실성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물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서도 국내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시나리오라면 통화당국이 현재 정책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다.
현 시점에서 금리 상승 기대폭은 제한적인 반면 금리 하락장이 도래했을 때 소외되는 것에 대한 채권운용역들의 두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이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 역시 오는 6월 금리동결 이후 언제 다시 인상을 재개하느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해도 미국 경제의 방향이 크게 되돌려지지 않는 한 국내시장의 연준 민감도는 조금씩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채권운용역들 입장에선 금리 박스권이 깨질 타이밍을 가늠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현재의 물가, 경기 트렌드가 유지된다고 한다면 가장 큰 트리거는 환율이 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달러 약세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에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통화당국 스탠스 변화의 관건이 되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무역수지 적자 축소가 수반돼야 하는데 이 경우 환율 하락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너무 생각이 복잡해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미국 금리가,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든 3.3%대에선 숏을 짧게 잡고 기계적 레인지 매매로 대응하는 게 속이 편할 것이다.
통화정책 전환 사이클에선 '외느님'을 쫓아가는 추종매매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