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조여지는 자금시장과 통화·금융당국의 '투 트랙' 접근 - Reuters News
서울, 5월16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약세 출발하겠지만 대기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장중 분위기가 반전할 전망이다.
박스권 장세라는 건 분명하다. 3.2%를 뚫고 내려가지도 못하지만 시장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이도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단기금리 과도' 발언 이후 이어진 자금흡수 여파로 레포(국고채) 금리가 3.58%까지 올라오면서 단기물 전반의 금리가 끌려 올라오고 있다.
지급준비금 마감일에 차입이 되지 않는 혼란을 정말 오랜만에 겪은 은행 자금운용역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는 모습이다. '지준 마감은 자연적으로 맞춰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지준 적립 초기부터 차입수요가 적지 않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의 정상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당분간 시중은행들이 자금을 조이면서 전반적인 유동성 위축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조만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사업장 처리 이슈가 부각될 수 있는 만큼 크레딧 리스크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시중은행을 투입시켜 사업을 재구조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스권이 뚫리려면 여기서 3%를 깨고 내려간다는 확신이 서야 하는데 당장은 어떤 단서도 보이지 않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은 미국과 한국 통화당국자들의 지배적인 컨센서스를 응축해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보스틱 총재는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올릴 수도 있지만 인상이 기본 입장은 아니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매우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것인 만큼 경기침체가 왔을 때 아마도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생각했던 최종 금리 수준에 도착했고 현재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지만 금리인상은 언제든 할 수 있고 금리인하는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1월에 통화긴축이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다수의 금통위원이 최종금리로 3.75%를 밝히고 있는 한국 통화당국 역시 거의 비슷한 스탠스라고 보면 될 듯하다.
금통위원들이 생각을 바꾸려면 더 깊은 경기둔화와 더 빠른 물가 하향 안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을 인정할 정도의 경기둔화까지는 아니고 소비자물가와 달리 근원 물가는 하락 속도가 미진하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관리와 대규모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통화긴축 효과를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이 '투 트랙'으로 움직이며 금융불균형을 통제하면서 통화완화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제어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이 지금처럼 우회적인 유동성 공급을 이어가는 가운데 통화당국은 대외적으로 인플레이션 안정에 집중하는 식의 팀플레이가 언제까지 효과를 볼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한, 두달 정도는 지난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날 장중에 발표되는 중국의 4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결과 등에 시장의 관심이 클 전망이다. 중국의 경제지표 개선 여부는 원화 자산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와 밀접히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507%로 4bp 올랐고, 2년물 수익률은 보합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5월 -31.8로 전망치 -3.75를 대폭 하회했다.
액션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같은 지수 낙폭은 2020년 4월 이후 대이며, 1월에 -32.9로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