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외인vs증권사 버티기 장세와 美 부채한도 협상 - Reuters News
서울, 5월10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물가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감 속에 제한적인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매수심리 우위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들어 국내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교착상태다. 미국 국채금리가 크게 움직이면 장 초반에 갭으로 반응하긴 하는데 거기까지다.
증권사들은 여전히 수세적인 포지션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물시장 쪽에선 의미 있는 포지션 확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헤지는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연말 구축한 크레딧 포지션에서 큰 수익을 낸 이후 상반기엔 '지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3.3% 중반대부터 일관된 매도 흐름이다.
다만 미국의 긴축 종료 인식에 전반적으로 부담감이 커진 모습이다.
증권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건 외국인이다. 3년과 10년 국채선물 누적순매수를 모두 합하면 이미 역대급이다. 금리인하 프라이싱의 임계점을 지나가면 매수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 '빌드업'이다. 외국인의 경우 3.4%에서 한 번, 3.35%에서 한 번 대량매수하며 안전 버퍼를 어디로 보고 있는지 분명히 했다.
매수, 매도기관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레인지가 더 공고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미국 물가지표가 변수긴 하다. 다만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수준인 5% 내외에서 나온다면 현재의 흐름이 급변할 것 같지는 않다.
변수는 미국의 부채한도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상·하 양원 지도자들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9일 오후 4시(한국시간 10일 새벽 5시)부터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과 함께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데 두 정치세력 모두 정치적으로 양보하기 힘든 분위기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양당이 부채한도에 3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고 9월에 최종 타결을 이루는 것이다. 백악관과 민주당 입장에선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이 제시한 것보다 크게 줄어든 재정지출 축소안을 협상 카드로 제시함으로써, 부채한도 때문에 등떠밀리는 인상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시장에선 이미 몇 차례 경험해 익숙한 부채한도 협상 이슈를 아직까진 크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6월1일이 다가오면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한 번 놀라주는 시늉은 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으로 미국 금리가 크게 눌릴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3.55~3.6%대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반락시엔 3.3%대까지 달릴 여지가 있다. 미국장만 봤을 때는 금리가 위쪽보다는 아래쪽으로 좀 더 많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