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망)-'찍히면 파산' 美..中 리스크 커지는 韓 경제 - Reuters News
서울, 5월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채권시장은 미국 은행 위기 재확산 우려와 미국 국채금리 급락 등에 힘입어 강세 출발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특정 레벨에서 거의 기계적으로 레인지 바운드 매매가 이뤄지고 있어 장중 조정 매물이 어느 수준에서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은행 위기는 끝났다"는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CEO 발언이 무색하게 중소은행 위기는 다시 확산 조짐이다. 팩웨스트(-27.8%), 웨턴얼라이언스(-15.1%), 메트로폴리탄 은행(-20%) 등 지방은행 주가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파산과 JP모건의 인수 결정이 발표됐던 전날에 이어 추가로 급락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해 자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후 파산절차로 직행하기까지는 불과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SVB가 미국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후 연준이 어려움을 겪는 은행 지원을 위해 등판하면서 SVB 사태에 따른 파장이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의 둑은 결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한 번 찍힌 은행은 결코 살아남지 못했다.
통화당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약한 고리가 흔들리면 시장참여자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식 자구 행위를 통해 위기는 심화되는 양상이다.
더구나 연준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금리인상을 이어가려고 하니 사정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모든 은행들이 두려워하는 건 다음 타자로 지목되는 일이다. 한 번 지목되면 어떤 수를 써도 파산을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소은행들의 허리 졸라매기가 모두의 예상보다 더 높은 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나마 건전성이 좋은 다른 기관들이 더 급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위기의 강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의 악순환이다.
연준 입장에선 딜레마가 된다. 시장에 했던 이야기가 있으니 정책금리는 인상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그럴수록 파산할 은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FOMC 회의 결과가 채권에 숏재료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이야기다. FOMC 회의 전에 채권시장이 미리 달리면 그만큼 FOMC 회의 이후 변동성은 제한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금리는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은 경기가 곧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한·중·일 재무장관회의가 4년 만에 대면으로 재개됐지만, 중국은 장관 대신 차관급을 회의에 보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자리에는 천칭 인민은행 국제심의관이 대신 참석했다. 4년 전 ADB 연차총회 때만 해도 중국은 재정부장을 참석시켰다.
정책당국쪽에서도 '분위기가 싸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7년 싸드(THAAD) 사태 당시에도 중국은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회의에 차관급을 보낸 바 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진퇴양난이다. 싸드 사태 당시 미리 퇴출된 기업들이 오히려 '천운(天運)'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경기의 알파와 오메가는 분명 반도체다. 반도체 경기만 살아나면 다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마찰이 향후 국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국은행의 국내 성장률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당분간 견조한 금리 레인지 트레이딩이 이어지겠지만 큰 방향은 금리 하락 쪽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